“1억원에 지분 3.2%입니다. 함께 목장을 키우실 분 계실까요?”
4일 제주에서 열린 '로컬창업 페스타' 로컬 투자 로드쇼 기업설명회(IR) 현장. 제주 수제 요거트 브랜드 어니스트밀크의 채별나 대표가 구체적인 투자 조건을 제시하자 심사위원석에서 손이 번쩍 올라왔다. 한 투자심사위원은 “매년 이자율 개념으로 몇 퍼센트까지 배당해 줄 수 있느냐”며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오면 투자하겠다”고 즉석에서 투자 의향을 밝혔다.
앞서 채 대표는 발표를 시작하며 “일단 저희 요거트 한번 드셔보세요”라고 말한 뒤 심사위원들에게 제품을 건넸다. 투자자들이 요거트를 맛보는 사이 제주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의 신선함과 사업 경쟁력을 설명했다.
긴장감이 감돌던 IR 현장은 기업 대표들의 적극적인 구애와 투자사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며 달아올랐다. 기업들은 제품을 직접 선보이고 구체적인 매출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
이날 로컬 투자 로드쇼에는 제주와 서울 등 전국에서 모인 로컬기업 6개사가 참여했다. 민간투자 연계형 소상공인 지원사업인 '립스(LIPS)' 운영사 관계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 투자금 활용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어니스트밀크는 제주 자체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활용해 수제 요거트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채 대표는 “새벽에 목장에서 짠 우유를 저장하지 않고 즉시 가공한다”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는 매달 결제 고객 10명 중 4명이 재구매하는 단골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어니스트밀크는 지난해 매출 12억2000만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9월에 이미 지난해 매출을 달성했다. 연말까지 매출 2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채 대표는 최근 공장 앞 3000평 부지를 매입했다며 체험 목장과 카페, 신축 공장을 단계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2028년 체험 목장을 개장하고 장기적으로 유제품 매출 45억원, 체험·카페 매출 15억원 등 총 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에 유치하려는 투자금 1억원에 립스 연계 지원 등을 더해 4억5000만원 규모의 체험 목장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심사위원들은 투자 조건뿐 아니라 목장과 신규 매입 부지의 소유 구조, 생산능력 확대 방안까지 꼼꼼히 따져 물었다.
서핑보드를 직접 들고 무대에 오른 김준용 루메 대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주 해양 레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베러댄서프'를 운영하는 김 대표는 자신이 착용한 모자부터 의류, 신발까지 가리키며 “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저희 브랜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카드와 라인에서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했던 김 대표는 약 15년간의 직장생활에서 번아웃을 경험한 뒤 제주에 정착했다. 이후 서핑과 러닝, 해양 레저를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를 보며 감동받고 성장했다”며 “저희도 옷을 직접 보여주기보다 서핑과 러닝을 즐기고 제주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며 “파타고니아를 넘어서는 제주 대표 브랜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러댄서프는 지난해 매출 1억원에서 올해 2억3000만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 패션 유통기업과 수출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과 대만, 발리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5억원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심사위원들은 브랜드의 차별성과 핵심 고객층에 관심을 보였다. 김 대표는 “현재 30대 여성 고객들이 모자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다”며 “스윔웨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AI 기반 글로벌 수출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더윤슬의 발표에서는 한층 날카로운 투자 검증이 이어졌다.
김현주 더윤슬 대표는 중소기업의 상품 등록부터 가격 책정, 수출 신고, 물류, 광고까지 연결하는 통합 수출 솔루션 '글로브링크'를 소개했다. 현재 12개국의 글로벌 판매 채널과 연동하고 있으며 누적 거래액은 132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에는 좋은 상품이 많지만 해외 진출에서 더 어려운 것은 운영”이라며 “2027년 하반기에는 수출 특화 AI를 통해 국가별 관세와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수출 실행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더윤슬은 올해 매출 6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기업가치 100억원을 기준으로 1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관심은 외형 성장보다 실질적인 수익성에 집중됐다. 한 심사위원은 “실제 거래액 대비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일본과 호주 오프라인 시장 진출은 재고와 고정비 부담이 큰데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고려하면 글로벌 확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지 유통사와 물류 파트너를 활용해 위험을 줄여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IR에는 이 밖에도 중국 관광객 특화 마케팅 기업 '플랜더', 맛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피플', 3D프린터 기반 맞춤형 제품 제조기업 '레이어블' 등이 참여해 투자 유치에 도전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