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을 동시에 탈환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이 주요 정책과 예산, 인사에 대한 전방위 견제를 예고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로 맞설 뜻을 밝혀 행정부와 의회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미 동부시간 4일 오전 6시 기준 민주당은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원 54석을 확보하며 과반을 차지했다. 공화당은 44석에 그쳤다. 남은 미시시피와 알래스카 2곳에서는 양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며 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전체 435석 가운데 과반인 218석을 넘어 228석을 확보했다. 미 언론은 민주당이 최종 244∼25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탈환한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것은 경합지 석권과 공화당 텃밭 공략이다. 민주당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캔자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메인 등 7개 주에서 공화당이 보유했던 상원 의석을 가져왔다. 공화당이 탈환을 노렸던 미시간과 조지아 등 기존 경합지도 지켜냈다.
특히 공화당 강세 지역인 캔자스와 텍사스에서는 각각 94년, 38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28년 만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주요 상원 경합지로 꼽힌 7곳 가운데 개표가 끝나지 않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6곳을 민주당이 휩쓸었다.
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접전이 예상됐던 하원 선거구 중 승패가 확정된 20곳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공화당이 의석 확대를 위해 선거구 재획정을 추진한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상당수 의석을 지켜내면서 공화당의 전략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민주당의 약진은 주지사 선거로도 이어졌다. 텍사스와 조지아,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 공화당이 차지했던 주지사직을 가져오면서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는 현재 24개에서 최소 28개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론이 경합지를 넘어 공화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까지 파고든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양원과 주요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른바 '블루 웨이브'를 넘어 '블루 쓰나미'를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1월 초 제120대 의회가 출범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의 대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예산과 입법 권한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고, 의회 조사와 상원의 인사 인준권을 활용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 측근들에 대한 조사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공화당 주도 의회의 지원을 받았던 집권 전반기와 달리 주요 정책 추진 과정마다 민주당과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예산과 입법이 막힐 경우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조기 레임덕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다만 민주당 역시 대통령의 거부권과 상원의 필리버스터라는 제약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 대통령 권한을 적극 활용해 대응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정책 충돌과 입법 교착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면서도 민주당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의향이 있다. 우리는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며, 협력을 고대한다. 우리는 아마도 뭔가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패배 책임에는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내가 있었다면 우리가 압승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은) 정신 나간 것들을 보내올 것이고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민주당 주도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미국을 변화시킬 상원 지도의 세대적 재편이 이뤄졌다”며 “미국 국민들은 변화를 위해 투표했고, 이제 민주당이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