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상원 민주당에 뺏겨…AI 데이터센터 차질 우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거액을 베팅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약 4억4600만달러(약 5985억원)를 쏟아붓고도 주요 격전지에서 지원 후보들이 잇따라 패배했다. 민주당이 의회와 텍사스 주정부까지 장악하면서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은 물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4억4600만달러를 지출했다.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 않은 개인이 단일 선거에 투입한 금액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2억달러 이상이 텍사스 선거에 집중됐다.
투자 대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머스크가 설립한 정치자금 단체 아메리카팩은 8700만달러를 투입한 44개 연방 선거구 가운데 승리가 확정된 곳이 3곳에 그쳤다. 29곳에서는 패배가 확정됐고 나머지 12곳은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텍사스에서 나왔다. 머스크가 적극 지원한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는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에게 상원의원 자리를 내줬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도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후보에게 패배했다. 스페이스X 본사가 있는 데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머스크에게는 상징적인 패배로 받아들여진다.
머스크는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에는 내 선거 개입용 우주 레이저가 작동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적었다. 선거 전날에는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현재로선 꽤 괜찮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패배가 기업 경영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텍사스의 정치 지형 변화는 머스크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확충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대규모 전력 공급과 환경 인허가,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한 만큼 주정부의 정책 기조가 사업 속도와 비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도 부담 요인이다. 히노호사 주지사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텍사스의 기존 권력 구조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탈라리코 당선인 역시 거대 자본의 정치권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며 “어떤 억만장자나 조만장자도 선거를 돈으로 살 수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 차원의 감독 강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머스크와 그가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의 활동, 정부 계약 등을 둘러싼 의회 조사 요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인터넷 접속 제한 문제와 연방정부의 수십억달러 규모 계약, 청정에너지 보조금 등이 향후 청문회에서 다뤄질 수 있는 쟁점으로 거론된다.
시장도 관련 기업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주목했다. 이날 스페이스X 주가는 3.8%, 테슬라는 3.3% 하락했다. 같은 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1.44%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막대한 정치자금으로 확보하려던 우호적인 정책 환경이 흔들리면서 머스크는 선거 이후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텍사스의 정책 변화와 민주당 주도의 의회 감독이 현실화할 경우 데이터센터 투자부터 정부 계약까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