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명철 에티버스 회장 “올해 2.5조 매출 넘어 피지컬AI까지 내달리겠다”

정명철 에티버스그룹 회장이 집무실 앞 복도에 걸린 회사 로고를 가리키며 사명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정명철 에티버스그룹 회장이 집무실 앞 복도에 걸린 회사 로고를 가리키며 사명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과 함께 'AI인프라(데이터센터·GPU서버 등)'시장의 기린아로 주목받고 있는 정명철 에티버스(Etevers) 회장. 폭발적 성장을 가만히 앉아서 누리는 것 같지만, 철저한 그만의 예측과 준비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얘기다. 올해 2조5000억원을 내다보는 매출 규모도, IT(정보기술) 인프라와 서비스로 30년 넘게 시장의 변화를 읽어온 정 회장의 타깃 전략이 AI라는 바람을 만나 이뤄진 꿈의 숫자다.

지금에 비춰보면 정 회장의 시작은 초라했다. 30여년 전, 용산 전자상가의 한평 남짓 사무실에서 영우디지탈이란 회사명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 벤처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고난의 연속을 버텼다. 함께 출발했던 IT유통·기술 기업들이 수도 없이 스러져간 그 길 끝에 지금의 에티버스가 우뚝 섰다.

용산 좁다란 사무실에서 오늘날 서울 남대문 에티버스타워에 당당히 서기까지 긴 시간을 관통하며 에티버스를 지탱해 온 핵심 엔진은 다름 아닌 '사람(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였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나 악화되었을 때나, 글로벌 벤더사와 국내 수요 기업과 맺은 약속을 목숨처럼 지켜왔다.

현재 에티버스그룹은 델테크놀로지(Dell Technologies), HPE, 오라클(Oracle), 시스코(Cisco), VM웨어, 레드햇, 아마존(AWS)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과 강고한 파트너십으로 엮여 있다. 여기에 독보적 시스템 통합(SI) 역량을 접목해, 단순 시스템 구축이나 단일 클라우드 이전을 넘어, 기업별 데이터 보안과 맞춤형 '하이브리드 AI 인프라 종합 설계'라는 영역에서 독보적 입지를 잡았다.

정 회장의 시선은 현재를 넘어 이미 AX(AI전환), 피지컬AI, 휴머노이드 상용화로 뻗어있다.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맞물린 전산업 AX 물결을 한발 앞서 만나고, 단순 시연성 PoC(개념 검증) 수준을 넘어 실질적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완성형 AI 확산에 몰두하고 나섰다.

나아가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국내 핵심 전략 파트너로서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현장 투입 기조에 발맞춰 '피지컬 AI' 솔루션 및 유지보수 생태계 구축을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보고 역량을 쏟고 있다.

당장 203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최고 종합 AX·피지컬AI 파트너로서 입지를 확보하고, 2050년 쯤에는 글로벌 기업과 벤더사 모두가 가장 먼저 믿고 찾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정 회장. 서울 남대문 에티버스타워 19층 회장실에서 만나, 지금까지 일궈온 신화 같은 성장사와 앞으로 펼칠 백년 구상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AI 인프라 확산으로 에티버스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우리나라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와 AI·SI(슈퍼인텔리전스) 데이터센터 시장의 기술·구조적 패러다임 변화와 전망은 어떠한가?

▲ IDC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GPU서버 시장이 앞으로 연 7~8% 수준 성장해 오는 2029년 약 7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성장 속도는 최소 연 10% 이상이며, 체감으로는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특히 우리나라 GPU서버 시장에선 지금까지 판도를 완전히 바꾼 두 가지 포인트가 관찰됐다.

첫째, 서버 열관리 냉각 솔루션이 기존 공랭(Air Cooling) 방식에서 수랭(Liquid Cooling) 방식으로 완전히 옮겨갔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에 추진된 주요 기업과 공공 대형 GPU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대부분이 수랭 방식을 전제로 추진됐다. 수랭 솔루션 역량이 앞으로 경쟁력 핵심이 될 것이다.

둘째, 국내 대형 IT서비스 기업과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NVL72(한 랙안에 GPU 72개를 묶어 넣는 구성으로 붙여진 명칭) 기반 초고성능 텐서 코어 GPU 서버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단일 프로젝트 예산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단위로 급격히 커지고 있다. 과연 이 같은 AI 인프라 고성장세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장 상황을 종합할 때 향후 최소 3년 이상은 지금 같은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AI·SI 데이터센터 역시 연평균 10% 이상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비즈니스는 기술적으로 랙(Rack)당 전력 밀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그리고 냉각 솔루션 표준화를 얼마나 신속히 이뤄내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정책·규제 측면에선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정책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에티버스가 단순 총판을 넘어 종합 IT솔루션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는 핵심 차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 모든 기업이 처음부터 수천억원의 거액을 들여 독자적인 GPU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필요도 없고, 그것이 항상 최선의 답도 아니다. 어느 기업은 엄격한 데이터 보안과 자체 통제를 위해 온프레미스(On-Premise)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한 반면, 어떤 기업은 자본 효율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때도 있다.

우리는 바로 이같은 고객의 특성과 비즈니스 성격, 보안 요구 수준, 투자 여력, 기존 레거시 시스템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방식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필요하다면 자체 구축과 클라우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하이브리드(Hybrid)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GPU 서버와 대용량 스토리지, 초고속 네트워크를 포함한 하드웨어 인프라 설계부터 시작해 기존 업무 시스템과의 연계,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구축 후 운영과 기술 지원까지 끝에서 끝(End-to-End)까지로 종합 지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 가치라 자부한다.

-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 아틀라스 생산 공정 투입을 가시화하는 등 피지컬 AI와 로봇 산업이 뜨겁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국내 전략 파트너인 에티버스의 향후 로드맵은 어떻게 잡고 있나.

▲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공정 투입은 우리나라 생산 현장에서도 피지컬 AI시대가 본격 열리는 상징적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에티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국내 전략 파트너로서, 4족 보행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를 수입해 들여오는 단순 공급업체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로봇이 제조 현장이나 물류 창고, 위험지대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문제없이 구동되기 위해선 하드웨어 성능만으론 불가능하다. 정교한 고성능 IT 인프라, 초저지연 통신망, 실시간 데이터 연동과 실시간 제어솔루션, 그리고 공정 시스템과의 통합이 필수적이다.

에티버스가 수십 년간 쌓아온 고성능 IT 인프라 구축 역량과 SI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도입 전 단계의 컨설팅부터 시작해 현장 전용시스템 구축, 운영·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안심하고 로봇을 현장에 배치할 수 있도록 산업별 로봇 전환(RT)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이를 통해 현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작업자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피지컬AI 사업을 에티버스의 가장 강력한 차세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더불어 내년에는 산업 전반의 AX가 대대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 현장에서 AX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 실행 전략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올해 정부와 민간 차원 AX인프라 투자에 불이 지펴졌다면, 2027년은 그 투자가 전 산업 분야로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이 대규모 인프라를 도입하고도 실제 현장 적용 단계에선 일회성 PoC 수준이나 상용화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AX의 진정한 성패는 '얼마나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했는가'에 있지 않다. 그 구축된 인프라 위에서 실제 현장 업무 프로세스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생산성 극대화, 비용 절감, 품질 향상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완성하려면 단순 최신 AI 모델을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 내부 데이터 준비와 품질 정제, 고성능 컴퓨팅과 클라우드 인프라, 철저한 데이터 보안, 그리고 기존 업무 시스템과의 안전한 연계가 톱니바퀴처럼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AI 인프라, 클라우드, 데이터·보안, 기존 업무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티버스는 내부에서 직접 구축하고 검증한 업무형 생성형 AI 시스템 경험과 에이전틱 AI 기술을 바탕으로, 일회성 검증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실무 현장에 붙어 지속 개선되는 안착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제조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AI 적용 범위를 물리적 설비 영역까지 넓히고, 고객이 AX를 통해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AX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 30년 전 용산 상가의 작은 출발에서 연매출 2조5000억원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회장으로서 구상하는 에티버스의 향후 10년, 그리고 50년 뒤 모습과 이를 이끌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 지난 시대마다 기술 형태는 상전벽해로 변했지만, 회사가 변함없이 지켜온 단 하나의 절대적 가치는 바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였다. 이는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인간성'의 가치와 맥을 같이한다.

10년 뒤 에티버스는 AI 인프라, 피지컬 AI, AI 서비스 등 최첨단 기술 영역에서 고객의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실행하는 '글로벌 종합 AI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50년 뒤, 100년 기업을 향해 나아가는 에티버스는 다루는 사업과 기술의 모습은 달라져 있을지라도, '고객과 벤더가 가장 먼저 믿고 찾을 수 있는 신뢰의 기업'이라는 정체성 만큼은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다.

항시 마음속에 담고 사는 다짐은 '거대한 변화 앞에서 겸손하게 배우고, 한 번 맡은 일과 약속에는 끝까지 책임을 다하며, 사람과의 신뢰를 변함없이 쌓아가는 것'이다. 미래의 거대한 지형변화를 도면 그리듯 100%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고객과 벤더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변화를 한발 먼저 준비하고 함께 성장한다면 에티버스도 시장을 등지지 않을 것이고, 시장도 에티버스를 찾을 것이라 믿는다.

정명철 에티버스 회장이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명도약매 글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로 직역하자면 밝은 길도 어두운 듯 보인다는 뜻이지만 실제는 역설적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를 감추어 우매해 보일 수 있지만 본래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정명철 에티버스 회장이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명도약매 글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로 직역하자면 밝은 길도 어두운 듯 보인다는 뜻이지만 실제는 역설적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를 감추어 우매해 보일 수 있지만 본래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 정명철 회장은?

정 회장은 동국대를 졸업한 뒤 견실한 보험회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안락한 회사 생활을 벗어나 자기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 먹는다. 당시 세운상가와 함께 전자유통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용산으로 뛰어들어 영우디지탈을 설립, 운영한다. 수완이 좋아 이브레인테크라는 또 하나 IT회사를 운영하며 용산에서 이름을 키웠다. 이후 디지털화, 스마트화 같은 기업용 솔루션 전환 바람을 타고 전방위 시스템통합(SI)사업자로서 몸집을 키운다. 이후 영우관계사 총괄 대표에 오르며 사실상 회장 역할을 맡게된다. 이후 지금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성장했다. 지금 그룹명 '에티버스'는 창업 때의 '영우(永宇)'를 잊지 않고 간직하기 위해 같은 뜻인 'Eternal Universe(끝없는 우주)'의 합성어로 그가 직접 작명했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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