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공계 기피 `해법` 찾자

 서울 공대생들 사이에 고시 열풍이 한창이라고 한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조사한 결과 서울대 공대 졸업생 중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점차 늘고 있는 반면에 석·박사 진학준비생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미취업한 공대 졸업생 중 고시 준비생은 30.6%였으나 2007년에는 53.6%로 껑충 뛰었다. 미취업생 중 절반 이상이 고시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언제까지 이래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공대생들이 전공과 상관없는 고시에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을 뿐 아니라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호사처럼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젊은이들이 보람과 도전정신 대신 편안한 삶을 택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들만 탓할 수도 없다. “공대 나와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니 고시를 택하는 것”이라는 어느 공대 출신 고시준비생의 말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정부가 이공계 처우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만 해도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 방안’을 마련, 정부 각 부처에 이공계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의 성과는 미흡했다. 정부 전체 4급 이상에 기술직의 비율이 몇 퍼센트 이상 되도록 한다는 수치적인 목표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질보다 양에 치중한 것으로 고위직으로 갈수록 이공계 공직자의 비율이 턱없이 낮거나, 비교적 높은 직급이라 할지라도 힘없는 부처에 몰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작 중요한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리에는 이공계 출신이 거의 배제된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도 말만 그렇지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적은 듯하다. 수십년간 유지해온 과기부가 없어진데다 과기계가 요구해온 10% 이상의 비례대표 의원 배정도 실현되지 못했다. 이공계 대학생의 몇 년 후 모습인 정부기관 연구원들의 사기도 높지 않다. 넉넉지 않은 월급에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영업도 불사해야 한다. 그나마 기업에서는 기술출신 경영인인 테크노크라트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점차 증가하고 있어 다행이다. 우리가 이공계 우대를 강조하는 건 결코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다. 바로 국가경쟁력과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과학기술과 지식기반 산업사회로 국가와 민간의 정책결정에서 과학기술로 무장한 전문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보더라도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해 상당수의 이공계 엔지니어 출신이 요직에 진출해 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기술이 미래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면서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한 바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더 이상 고시에 올인하지 않도록 현실적이면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