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3>일본의 몰락···열도는 반격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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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추락하는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이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종주국인 일본은 2000년대 들어 한국과 대만에 시장 주도권을 내줬다. 중국도 급부상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모노즈꾸리(장인정신)에 발목 잡힌 일본은 자국 기업 간 연합전선을 생존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 일본 업계는 중소형 LCD 패널에 집중하면서 위기 탈출을 노리고 있다. 소니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업에서 재기를 시도한다.

◇일본의 추락=지난 1분기 일본 LCD 업계는 세계 LCD 대형 패널 출하량에서 고작 3%의 점유율에 그쳤다. 한국(54%)과 대만(34%)은 물론이고 중국(8%)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이다. 샤프와 파나소닉의 부진이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다. 샤프와 파나소닉의 지난 1분기 출하 실적은 전분기 대비 각각 36%, 40%씩 급락했다. 올 2분기부터는 출하량이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지만, 후발 경쟁국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는 올 2분기 LCD 시장에서 일본은 3.6%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혼하이 그룹이 지난 3월 샤프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 일은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 몰락의 방증이다. 샤프는 지난 1970년대 LCD 계산기 개발을 시작으로 세계 처음 6세대, 8세대, 10세대 LCD 생산 라인을 가동한 일본 LCD 산업의 자존심이다. 그런 샤프가 혼하이에 지분 11%를 넘기는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쿠다 다카시 샤프 사장이 밝혔듯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지난 1분기 샤프는 TV사업 부진으로 무려 3900억엔(한화 약 5조62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샤프의 TV사업이 위축되면 곧 LCD 패널 사업의 침체로 이어진다. 자사 LCD 패널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프의 자사 LCD 패널 채용은 70% 이상”이라며 “TV사업이 매출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널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갈라파고스` 형국=일본의 전자산업은 오래전부터 `갈라파고스`로 불렸다. 세계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내수 트렌드에 집중하는 독자 노선으로 세계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일본의 현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LCD와 PDP를 상용화해놓고 얼마 가지 못해 한국·대만 등 후발국들에 밀린 것도 마찬가지다.

수년전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 개화 초기 일본은 LED를 LCD 백라이트유닛(BLU) 후면에 촘촘히 배치하는 직하형 LED 실장 방식을 택했다. 반면 한국은 BLU 장축에 LED를 선상으로 배열하는 에지형에 승부수를 띄웠다. 직하형 LED 타입은 에지형보다 화상 명암비와 화면 재현력이 우수하지만 LED 칩이 더 많이 들어간다. LED BLU TV 시장 초기 가격 경쟁력에서 에지형이 기선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고품질에 집착한 일본은 직하형 LED를 고집했다. 결국 LED TV 시장에서 스스로 외면 당하는 일을 또 자초한 셈이다. 업계의 또 다른 전문가는 “일본은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마케팅 실패로 시장에 먹히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은 급변하는데 투자 시기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 기업 특유의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 탓이다. 투자 시기를 놓쳐 시장 점유율이 내려가면 현실적으로 사업 철수 혹은 구조조정 이외에는 선택이 없다. 의사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선두업체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올해 자국내 5개 평판 패널 생산 공장을 2개 공장으로 줄이기로 했다. PDP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해 4분기 PDP TV 시장 점유율 30.7%(금액기준)에 그치며 33.6%를 기록한 삼성전자에게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1분기에는 삼성전자가 43.2%, 파나소닉은 23.4%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뭉치면 산다=일본은 `연합전선` 구축으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 최근 소니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대형 OLED TV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OLED TV 공동 개발 합의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소니는 당초 샤프와 LCD 패널 사업을 공동 추진해왔다. 그러나 샤프가 최대 주주 자리를 대만 혼하이에 넘기자 출자했던 지분을 회수하면서 협력 관계를 끊었다. 이후 파나소닉과 대형 OLED TV 개발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손 잡으면 세계 TV시장 점유율 2위인 LG전자(13.7%)를 넘어 1위 삼성전자(23.8%)를 위협하게 된다. 소니는 10.6%, 파나소닉은 7.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양사는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소니가 제휴를 맺고 있는 대만 AUO에서 파나소닉의 일부 패널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중소형 LCD 패널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재팬디스플레이`가 정식 출범했다. 소니, 도시바, 히타치가 합작한 이 회사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을 겨냥해 중소형 LCD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다. 한국과 대만에 주도권을 내준 대형 패널보다 중소형 LCD 패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동력이 됐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소형 LCD 패널 시장은 385억달러(약 43조235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재팬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3사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한다. 단숨에 세계 최대 중소형 패널 제조사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는 빠르다. 재팬디스플레이는 파나소닉의 모바라 공장을 인수한다고 밝힌 상태다.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인을 개조해 중소형 LCD 패널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모바라 공장의 6세대 라인은 올 가을부터 양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오는 2016년 3월까지 7500억 엔(한화 약 10조8115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일본 업체별 대형 LCD 패널 출하량 추이 (단위 :10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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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