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융합`에 대해 묻는 TV 광고가 있다. 가정주부는 퓨전, 학생은 둘을 하나로 합치는 것, 그리고 대학교수는 컨버전스라고 답한다. 이제 우리는 기술·디바이스·서비스뿐 아니라 산업 간 융합 시대에 살고 있다.
반면 융합이 지지부진한 분야도 많다. 의료 업계는 IT를 이용한 원격진료에 거부 반응을 보여 의료 IT융합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금융·통신 융합의 주도권 경쟁으로 10년이 지났지만 금융 IT융합 활성화가 더디다.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배려해서 시너지를 창출하기 보다는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주도권 경쟁을 하는 등 공급자 중심 사고 때문이다.
이젠 창조 융합으로 융합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창조 융합의 첫 출발은 고객 중심이다. 언제나 고객이 최종 결정자다. 고객이 만족해야 결과가 생기고 결과가 생겨야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만들어 진다.
또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가 지속될 수 없고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몇 사람의 아이디어나 주먹구구식 프로젝트 진행이 아닌 정교하게 계획된 창조 프로세스를 이용해야 한다.
고객 중심의 창조 융합을 만들려면 우선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관찰·분석해야 한다.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의견을 듣는 그룹 인터뷰와 설문조사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통합의 창조 융합은 우선 상대 분야를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대 분야의 고민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왜 개선하려고 하는지, 개선하기 위한 어려움은 무엇인지를 들어 보고 같이 모여서 각 분야의 한계점, 핵심역량과 개선 방향을 고민하면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로 인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IT 기업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스마트카 관련 기능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로 출시하고 있다. IT 기업의 새로운 사업 확장과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가치 창출 필요성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 때 IT 기업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자동차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시도했던 공통 플랫폼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IT 산업의 핵심역량인 소프트웨어(SW) 개발과 유지보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창조 융합은 수익모델을 확실히 만들어 지속 가능하게 해야 된다. RFID·NFC 관련 서비스는 기술 위주 개발로 십 수 년째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활성화 시기가 됐다고 하는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카카오톡은 카카오 게임이라는 수익 모델로 많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콘텐츠 마켓으로 수익 모델을 확산하고 있다. 꼭 필요한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모델 개발은 물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과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해야 한다.
창조는 개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창조 프로세스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융합을 설계하고 구현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분야의 융합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비스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미국 아이디오의 디자인 씽킹 개념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ABC 방송의 요구에 따라 창조 프로세스를 이용한 쇼핑 카트의 전체 개발과정을 공개했다. 인지과학·인류학·언어학·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은 `관찰-브레인스토밍-표준안 제작-재정의-실행`의 5단계를 거쳐 새로운 개념의 쇼핑 카트를 선 보였다.
정부의 창조 경제의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서 창조 융합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규관 스마트윌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kklim0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