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새로운 미래 통신의 역사를 열자

우리나라 전화통신이 시작 된지는 100년이 넘었지만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지는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불과 37년 전에는 전화기 한 대 가격이 작은 아파트 한 채 가격이었고, 전화번호 신청 후 1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 짧은 역사 속에 우리는 ICT 강국을 만들었고, 휴대전화 생산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

[사이언스 온고지신]새로운 미래 통신의 역사를 열자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무엇이 그러한 힘의 원동력이 되었을까?

1980년대 외국에서 수입한 반전자식 교환기로 전화 수요 적체를 조금씩 해소해나갈 쯤에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바로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이다. TDX는 단지 전전자교환기를 국산화 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수백개의 프로세서가 연동되는 패킷통신 기술, 수백만 라인의 분산 연동 소프트웨어, 망 동기 기술 등의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 기술 외에도 부품 품질보증, 다층 PCB 기판과 기구구조물 기술 등의 부품산업기술이 수년 사이에 혁신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국산 TDX교환기가 전화 한 통화로 그 다음날 전화를 신설해 주는 보편적 통신 풍요국가를 만들었으며 ICT 산업의 주춧돌이 됐다.

1990년대 초 이동통신 연구는 세계 최초의 CDMA 디지털이동전화 개발 성공으로 이어졌으며, 휴대폰 강국과 RF중계기 시장독점이라는 산업 기반을 만들었다.

디지털 이동전화의 보급은 1가구 1전화 시대를 1인 1전화 시대로 바꿔 놓았다. 공중전화를 거리에서 사라지게 하고, 전화기가 음성뿐 아니라 메시지와 이동인터넷이 가능한 장치라는 개념을 갖게 했다.

이후 3G 이동통신은 시작부터 세계 단일표준을 추구했다. 연구자들은 원천 특허기술 확보와 표준화 기여에 초점을 맞춰 피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ETRI는 몇 개의 특허 기술을 표준화에 반영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특허료를 지불하던 국가에서 애플과 노키아 등의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수백억원의 기술료를 받는 수익국가가 된 것이다.

4세대 이동통신 시대로 들어오며 우리나라는 주 개발 목표를 무선전송 속도를 3세대에 비해 대폭 개선해 스마트 단말기와 고속 무선 휴대인터넷 서비스 보편화에 뒀다. 이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면 세계 시장을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이 결과 와이브로(WiBro)와 LTE 기술이 세상에 태어났다. 특히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단독 제안해 세계 표준으로 채택됐다. 이 장비를 통신왕국 미국의 주력통신 사업자 스프린트사에 수출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제 5세대 이동통신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방향을 보며 다시 새로운 걱정이 앞선다.

스마트폰 개발은 기술 포화 상태다. 중국 제품 개발 수준은 턱 밑에 다가와 있다. 가입자 데이터 속도를 1Gbps까지 늘리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초고속을 요구하는 서비스가 많지도 않다. 이러한 전송속도를 보장할 새로운 전송기술도 소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통신시장을 대폭 키울 요소기술과 시장 크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동통신 서비스는 여전히 불편하고 사용이 어렵다. 개인 이동성 보장을 내세우지만,

단말기 이동에 불과하고 남의 단말기를 빌려 쓰거나 수신전화를 노트북이나 컴퓨터와 같은 다른 정보통신 기기로 대체해 통신할 수도 없다.

수많은 센서와 경보 시스템, 무선제어기, CCTV, IoT(사물인터넷), D2D(디바이스 투 디바이스) 등이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이동통신네트워크와 어떻게 접속하고 통합운영할지 적절한 해결방안이나 인프라가 조성되지 못한 탓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미래창조의 첫 걸음이다.

세상의 기술 견인력은 이미 기술지향의 공급형 혁신(Technology Push)이지 시장 견인형(Market Pull)이 아니다. 과거 연구 개발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 연구개발 인력이나 성공적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다.

미래 기술에 대한 소신을 갖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할 때 미래 정보통신의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과거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5세대 이동통신이란 무엇인가’ 해답을 내리기 위해 온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TRI 초빙연구원 한기철 kchan@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