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IP]<2> 특허 효력, 어디까지?

특허권 효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아무리 특허가 중요하다지만, 특허권을 무한정 보장할 수는 없겠지요. A업체 특허를 이용해 만든 B업체 부품이 C업체의 완제품에 들어가는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특허권자인 A업체 허락을 받은 B업체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품을 만들어 팔면 특허권 효력은 소진됩니다. 어려운 말로는 ‘특허소진이론’입니다. 특허권 효력이 소진된 제품을 구입한 C업체는 임의처분도 할 수 있습니다.

LG전자의 특허를 사용한 인텔 제품(왼쪽)과, 인텔과 타사 제품이 탑재된 콴타의 완제품 컴퓨터<자료: 특허청,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LG전자의 특허를 사용한 인텔 제품(왼쪽)과, 인텔과 타사 제품이 탑재된 콴타의 완제품 컴퓨터<자료: 특허청,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그렇다면 해당 특허가 물건이나 제품이 아니라 방법의 발명에 관한 ‘방법특허’일 경우에는 어떨까요?

LG전자와 인텔, 콴타컴퓨터 등 세 업체가 등장하는 미국 사례에서 해답을 찾아보겠습니다.

LG는 PC 메모리와 데이터 버스(데이터 전송경로) 관리에 대한 방법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LG는 이 방법특허와 관련해 인텔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합니다. 라이선스 계약에는 인텔이 LG 특허를 이용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칩셋을 만들고 판매하는 행위를 허락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인텔 제품을 구입해 컴퓨터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에는 라이선스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인텔 제품을 구매한 콴타가 인텔과 다른 업체의 메모리와 버스를 조합한 컴퓨터를 만들면서 불거집니다. 콴타 완제품에 타사 제품도 탑재되자 LG는 자사의 방법특허가 침해당했다고 본 것입니다.

LG는 방법특허에는 특허소진론이 적용되지 않고 인텔과 맺은 라이선스 계약에서 인텔과 타사 제품의 조합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콴타는 방법특허에도 특허소진론이 적용된다고 맞섭니다. LG의 허락 아래 인텔의 제품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LG 특허는 없어졌다고 본 겁니다. 콴타는 또 자사가 인텔 부품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미국 재판부 1심(지방법원)과 2심(항소법원)은 LG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허소진론은 방법특허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심은 LG와 인텔의 라이선스 계약에서 콴타의 인텔과 타사 제품을 조합한 제품 생산·판매를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이선스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연방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놓습니다. 방법특허 역시 제품에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에 특허소진원칙이 적용된다고 봤습니다. 방법특허에 소진론이 적용되지 않으면 특허권자가 장치특허를 방법특허로 기재, 특허소진을 피하는 불합리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텔과 타사 제품을 조합할 의도를 가진 업체를 상대로 인텔이 특허가 사용된 제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없었기 때문에 인텔의 부품 판매로 인한 라이선스 계약 위반은 없었다며 항소심 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제품 판매로 인한 특허소진론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방법특허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조언입니다.

IP노믹스=이기종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