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블록체인 기술 등장과 자본시장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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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룡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
<신재룡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

최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블록체인 열풍이 뜨겁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의 하나로 인식하고 원천 기술 확보와 활용 방안 모색에 한창이다. 사업 분야도 초기의 보안·인증에서 금융, 계약, 전자투표, 사물인터넷(IoT)까지 전 산업으로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공급망관리(SCM) 등 일부 분야에서는 상용 서비스가 개시됐다.

금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있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아직 성숙된 기술은 아니지만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만큼 우리 자본 시장을 포함한 금융업계도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블록체인 원천 기술 확보와 특허 취득에 집중해야 한다. 증권 매매, 자금 이체와 같은 금융 정보기술(IT) 인프라는 통신망, 전력망, 상하수도와 같은 국가기간망이다. 경제 활동을 하려면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전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휴대폰 속 퀄컴칩, PC 속 인텔칩 같은 원천 기술 수입을 위해 해외로 지출되는 로열티는 엄청나다. 블록체인은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고 특허로 보호되는 기술이 많지 않아 우리 기업에도 기회가 열려 있다. 2016년 9월 현재 블록체인 관련 특허는 5000여건으로, 400만건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관련 특허에 비하면 미미하다. 게다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진 사례가 거의 없어 비즈니스모델(BM) 특허 분야는 거의 무주공산이다. 우리 금융기관이 R&D에 적극 나서서 특허 선점에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

둘째 국제표준 제정 활동에 참여, 우리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나라 이동통신 발전은 과감한 투자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이 기술들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활동을 적극 전개한 것에 기인한 바가 크다.

블록체인 기술의 근간이 `분산`과 `공유`인 만큼 단일 기관, 단일 국가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네트워크에 참여할 다수 기관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이들 네트워크 대표 기관이 하이퍼렛저, R3CEV 등 기술 표준화 컨소시엄에 적극 참여해서 우리나라의 금융제도가 국제표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제표준에 우리 요구를 얼마나 담을 수 있는지가 곧 우리 금융 산업의 미래 국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셋째 블록체인 조기 사업화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기술을 애플에 앞서 확보했음에도 상용화는 애플에 내주는 어리석음을 범한 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어느 누구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히트상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기술 완성도도 낮지만 궁합이 맞는 상품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폭풍 인기를 끌면서 여러 사회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 AR 기술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게임·광고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돼 왔지만 AR 대표 주자는 `포켓몬 고`다. 왜일까. 기술이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와 인간의 감성을 터치했기 때문이다. `포켓몬`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가 지금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 스마트폰 안에 몬스터볼을 넣고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어야 한다. 기술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투자자들이 선호할 금융 상품을 발굴하고, 이를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영역과 협조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자본 시장 중추 기관으로서 블록체인 원천 기술 확보와 확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연내 개설을 목표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KSM(Korea Startup Marke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나스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블록체인 기술을 자본 시장에 적용한 사례로, 국내 블록체인 기술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별도로 블록체인 기술 사업화 가능성 모색을 위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등과 함께 가능성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개념검증(PoC)을 추진할 계획이다. PoC가 성공리에 수행되고 사업화로 이어지면 침체된 국내 증권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는 블록체인 관련 글로벌 표준화기구 참여를 추진함과 동시에 지난 4월부터 자본 시장 유관 기관들을 아우르는 블록체인협의체를 구성, 한국 자본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신재룡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 jrshin@kr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