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기혁신본부 예산권, 의지는 있는 건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도 그 성과는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혁신·도전 추구형 R&D에 예산을 쓰지 못하는 탓이 클 것이다. 손익 위주로 결과를 따지는 R&D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예산을 휘둘러 온 기획재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대 투입, 최소 성과'란 특성이 고착화된 우리 R&D 구조를 뒤집을 처방이 바로 해당 예산권 자체를 주무 부처에 맡기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R&D 지출 한도(실링) 공동 설정권과 예비타당성검토(예타) 권한을 부여키로 한 시도는 진정한 변화의 첫 단추로 여겼다.

그러나 이를 규정한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지 두 달 이상 국회 상임위에 회부조차 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문제는 입법을 서둘러야 할 여당조차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태평이란 점이다. 야당이 주도해서 이 문제를 풀 가능성도 그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서 예산은 행정부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드는 입법부의 권능으로 여겨진다. 과기 담당 부처 R&D 실링 설정권과 예타권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일인지 이해하고 있는 의원 자체가 거의 없다. R&D 예산권을 누가 갖든 신경 쓸 일이 아니고, 국회는 그쪽에 대한 감사권만 행사하면 된다는 식이다. 혹 자기 지역구에 소재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배정됐다면 몰라도 순전히 지역구에 쓸 돈의 성격도 아닌데 관심 쓸 일이 없다는 정도가 솔직한 얘기일 것이다.

복지 예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돈이 풀리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R&D에 투입되는 GDP 비중의 1%포인트(P)만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고 제대로 쓰이게 한다면 이미 나온 치매 국가 책임제 이상의 효과를 우리 국민들의 행복과 건강에 쓰이는 기술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정권에 힘이 실릴 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끝날 때까지 혼선만 계속될 것이다.

[사설]과기혁신본부 예산권, 의지는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