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기술혁신형 벤처기업 육성이 답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 소속 의원과 함께 중국 벤처단지인 선전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세계 드론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DJI, 휴대폰 배터리를 공유경제 모델로 성공시킨 라이디안,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해 유통마진을 80% 가까이 낮춘 약해왕제약 등 6개 현지 기업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선전에서는 하루에 300개 기업이 창업되고 한 달에 한 개 꼴로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은 벤처기업 육성과 공유경제 측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발전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중국 현지인이 상품 구매 결제 시 휴대폰을 기반으로 하는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손쉽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핀테크 역시 대한민국을 훨씬 앞서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사실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매 5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P) 하락하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이는 곧 수출 대기업 중심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어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국보다 뒤처지게 됐을까. 이는 전 정권에서 1970~1980년대 재벌을 살리기 위한 저임금의 고강도 노동정책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 것과 우리 금융 정책의 심각성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금융업계는 지나치게 안정성 위주로 운용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아 대기업이 줄도산하면서 은행 역시 줄줄이 쓰러졌다. 그러다 보니 은행은 기업 대출 대신 아파트 담보 대출 등 안정된 자금운용 정책을 썼고, 기업 대출에는 인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기업 금융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에 80%에 육박했으며, 최근엔 47%대로 떨어졌다. 이 결과 수도권 중심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 혁신을 해야 한다. 금융 혁신 방향은 한마디로 '융자'에서 '투자'로 전환해 기업 금융 비중을 65%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다. 선진국의 기업 금융 평균은 60~70%에 이른다. 올 한 해 정부 예산은 470조원이고, 이 가운데에서 5조~10조원을 벤처기업에 지원해 봐야 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크지 않은 액수도 문제지만 기술력와 상관없이 'N분의 1' 식으로 지원이 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전체 금융기관은 5000조원 가까이 되는 돈을 움직인다. 금융기관이 이 거액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금융기관을 신뢰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투자하면 시중의 여유 자금이 추가로 따라 들어오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 은행은 더 이상 법정·상경계열 졸업생에 국한하지 말고 첨단 기술을 잘 아는 전문 엔지니어를 고용한 뒤 정밀한 분석을 통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력이나 담보력은 부족하지만 독창성 강한 기술과 사업성이 있는 5~6명 미만의 소규모 스타트업을 가장 먼저 지원하고, 이러한 기업이 2~5년 후 새로운 경쟁자와 기술력 한계로 말미암아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위기를 맞게 되면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를 지나 기업이 안정되면 출구 전략을 통해 기업이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면 된다.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등은 이렇게 다양한 벤처 캐피털(모험자본)의 상호작용으로 기술혁신형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

정보통신기술(IoT) 발달로 이제 소비자는 대부분 금융 거래를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대체하고 있다. 오프라인 고객이 없는데도 수백 개나 되는 지점을 거느린 증권회사나 대도시 번화가에 가장 비싼 건물 1층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 점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다양한 벤처캐피털(VC)을 마련해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만이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jinpyo3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