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융합신산업 성장 위해 기업 눈높이 맞춰 규제 혁신해야

[ET단상]융합신산업 성장 위해 기업 눈높이 맞춰 규제 혁신해야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융합신산업 혁신 성장을 지원하지만 각종 규제로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융합신산업이 창출되는 과정에는 기존 산업에서 생각하지 못한 규제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규제가 한 번 만들어지면 이해 관계에 따라 규제 전형에 대한 '도그마'가 형성된다. 이런 규제 도그마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규제 부처가 융합신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규제 개혁의 의지를 갖춰야 한다.

필자는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으로서 기업 규제·애로 해소를 지원한 사례를 몇 가지 제시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규제 부처가 융합신산업 성장을 위해 지원해야 할 사항도 제안한다.

정부가 신산업 창출을 효과 높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신제품·서비스 사업화 초기 단계에서 유연한 규제 해석이 필요하다. 기존에 없던 새 사업 모델로 시장에 진출할 때 어려움을 겪은 기업을 지원한 적이 있다. A사는 가정에서 유아 시력 저하를 검사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지만 현 제도에 따르면 의료인 외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본래 서비스 목적과 달리 병원에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이에 규제샌드박스 제도 규제실증 특례를 연계했다. 규제 부처는 규제 해석을 적극 적용했다. 해당 서비스가 실증 특례 없이도 일반인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재 A사는 대규모 국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내 다양한 부처는 유사 규제가 중복 적용되는 융합신산업 분야에서는 특히 기업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간소하고 명확한 규제를 만들기 위해 부처 간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다부처·부서 규제를 적용받은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규제 개선 사례를 모범으로 제시할 수 있다. VR 산업 등장 초창기의 VR 시뮬레이터는 기존 아케이드 게임기와 유기기구 특징을 일부분 갖춘 융합 신제품이었다. 이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기와 관련한 '게임산업법'과 유기기구 관련 '관광진흥법' 사이에서 고초를 겪었다. 제품이 어떤 법, 어떤 제품군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받아야 하는 인증과 VR 시뮬레이터가 들어가는 시설·업종이 달라졌다. 이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 의견을 기반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소관부처와 협의했다. 관련 규제 적용 대상·기준을 정비하고, 행정 절차도 간소화했다.

융합신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관리 기준은 규제 부처와 산업계 간 적극 소통으로 개선해야 한다. 화장품과 반도체부품 검사 장비 분야에서 불합리한 기준을 해소한 사례가 있다. 기존에 기능성 화장품을 새로 출시하면 심사·허가 기간에 총 90일이 걸렸다. 이 때문에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 이미 검증된 성분·함량이 포함됐을 때는 심사·허가 기간을 60일로 단축하는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새 방사선발생장치를 개발·사용할 때마다 생산변경허가를 받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고, 건당 약 한 달이 소요됐다. 업계에 큰 부담이었다.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업계 현황과 규제 개선안을 전달했다. 해당 부처와 함께 이달 허가받은 최대 성능 이하 방사선 발생 장치는 별도의 생산 변경 허가 없이 사용하도록 규제를 바꿨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를 종합하면 규제 부처가 기존 산업에 매여 있는 사고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 눈높이에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규제 부처의 규제 개선 의지가 빛을 발휘해서 다양한 융합신산업이 혁신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진웅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 oico@oico.kr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산업융합촉진법 제10조에 의거해 산업부 장관이 임명하는 차관급 민간 전문위원이다. 산업융합 현장 목소리를 듣고, 민·관 소통을 통해 현장의 규제·애로 해소를 지원한다. 규제 소관부처에게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권고한다.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 제도는 2012년 1월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