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0>일등에게 배워 일등을 넘는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0>일등에게 배워 일등을 넘는다

지난 1980년 아시아 물개로 칭송받던 조오련 선수의 준비체조를 따라하는 경기장 선수들의 일등을 향한 간절함이 카메라에 잡힌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모방의 시간을 넘어 일등이 된 분야가 상당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맨바닥에서 30년 만에 일궈 낸 반도체 산업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0>일등에게 배워 일등을 넘는다

반도체 분야의 일등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1980년대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연구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한국 전자통신연구원과 기업이 협업해 밤낮으로 선진국 기술을 배웠다. 가르쳐주지 않으면 복잡한 회로도를 그리면서 일등을 넘으려 노력했다. 삼성은 유능한 인재를 당장의 성공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일등 대학에 유학을 보내고, IBM 등 당대 최고의 반도체 기업에서 전문가를 영입했다. 삼성 반도체를 이끈 주역들은 대부분 미국 명문대학에서 수학하고 최고의 기업에서 기술을 익힌 전문가들이다. 삼성이 '성공의 실패, 실패의 성공'을 교훈 삼아 일등의 교만을 버리고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도 같은 역사를 창출하기 바란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0>일등에게 배워 일등을 넘는다

우리나라에 AI 분야 최고가 되려는 의지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도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계획을 공개하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 AI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지만 정부와 국민이 'AI 강국으로 가는 길'을 공감하고 노력하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AI를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배우면 그들을 능가할 수 있다. 인재 양성의 최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AI 지식 보편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이 길잡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AI 최고 대학을 배워야 한다. 우선 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가 일등을 유지하고 있고 싱가포르의 국립대(NUS)와 난양공대(NTU)가 짧은 시간에 최고 수준을 일궜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따라해야 한다. 그들의 성공은 싱가포르 정부의 과감한 투자, 글로벌 R&D 전문가 영입, AI 교육의 보편화가 만들어 낸 결과다. R&D로 코어 AI를 강화하고, 조기교육과 전교생 교육으로 융합 산업에 AI 유전자를 보급한 결과이기도 한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AI 로봇 등 연구 결과물이 산업화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등으로 가려면 세 가지 문을 열어야 한다. 첫째 자신이 일등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일등이라 자처하거나 착각하는 한 배움은 없기 때문이다. 배움을 비굴해 하거나 외면해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둘째 문은 끊임없는 노력의 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일등을 넘어서는 순간까지 지속하는 노력이 성공 비결이다. 마지막 문은 전략의 문이다. 여러 가지 갈래의 '배움과 모방'이 있어도 성공으로 가는 길은 많지 않다. '누구에게서 배울 것인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 결정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0>일등에게 배워 일등을 넘는다

정부도 AI 분야 일등을 배우는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카네기멜런대(CMU) 등에 인재들을 보내 그들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방법과 환경까지도 배우기 위한 사업이다. 비록 당장은 성과가 미미해 보이지만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토대로 국가 지도자로 성장하는 간접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인재 양성의 씨를 뿌리는 투자가 오늘 세 개의 문을 활짝 열고 내일은 배움이 성공의 지름길임을 확인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