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온라인 개학의 성공은 민관협력에 달려있다

곽덕훈 아이스크림 미디어 부회장
곽덕훈 아이스크림 미디어 부회장

40년 넘게 온라인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교육에 깊이 관여해 온 한 사람으로서 지금처럼 온라인 교육이 이슈화되고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고 본다.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학습환경에서는 온라인 교육(원격교육)이 오프라인(면대면) 교육 학습효과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오프라인 교육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온라인 교육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면 오프라인 교육의 효과에 거의 근접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교육이 어려운 경우 온라인 교육을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다.

온라인 교육의 기본 구성 요소는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다. 온라인 교육의 수월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효율 융합해 학습자의 계층(초등, 중고등, 대학 등)에 맞게 적절하게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는 상급 학교에 비해 온라인 교육이 생소한 초등학교에 주안점을 두고 의견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초·중·고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가 제시한 원격교육 운영기준 및 온라인 개학에 관한 발표내용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여기서는 세 가지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온라인 교육의 핵심은 콘텐츠와 플랫폼이다.

자기 학습조절능력이 있는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는 어떤 종류의 콘텐츠가 제공되더라도 학습자가 그에 잘 적응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는 다르다.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은 온라인 학습 시 산만해지기 쉬운 주의력을 어떻게 집중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의 오프라인 교실 수업을 그대로 온라인화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수업 시간을 40분 연속 제공하는 방법보다 40분을 10분 내외의 수업단위로 분절한 꾸러미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학생들의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 강의 시 교사의 열정과 가슴을 통한 진정성이다. 현재 줌과 같은 강의 도구가 주로 이야기되고 있으나 강의에서 열정과 진정성이 결여된다면 오프라인교육과 달리 온라인교육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집중도나 관심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들이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갖지 않고 여유롭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국가교육과정에 기반한 콘텐츠와 플랫폼이 요구된다.

셋째, 온라인 학습 서비스의 중단 방지다. 중단 문제는 교사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일시적인 과잉 접근으로 인한 네트워크나 서버의 과부하에 따른 경우가 크다. 이러한 경우 고학년 학생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저학년 학습은 더이상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 서비스를 위한 서버 및 네트워크의 부하를 분산 시켜야 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오는 9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제기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효율 방안은 선행경험을 충분히 축적하고 있는 에듀테크 기업과의 민관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된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진행 과정을 볼 때 민간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교육환경에서 국가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정부 당국은 무엇보다 온라인 교육 운영의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기업들과 형식보다는 보다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말만 협력이 아니라 실행이 담보돼야 한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e북, EBS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콘텐츠 및 플랫폼 등 정부 유관기관 중심의 리소스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국가 교육 과정에 맞게 잘 만든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저작 기능, 출석 체크 및 알림장 기능 등이 포함된 에듀테크 기업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은 정책 뒷받침을 하고 교사들에게 선택 기회를 줘야 한다. 한시나마 교사들은 콘텐츠 저작이나 큐레이션 작업 시간 및 강의 부담을 크게 줄이고 학생은 학습 흥미도와 집중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운영 측면에서도 집중화 가능성이 있는 서버나 네트워크의 부하를 분산시킬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분명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정치·경제·사회의 심각한 위기이긴 하지만 미래 관점에서는 또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교육 측면에서 볼 때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을 위한 교육당국과 에듀테크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이 세계적 흐름으로 잡아가고 있다. 현시점에서 민·관 협력으로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교육부나 관계 기관의 전향적인 접근과 개방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곽덕훈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 dhkwak@i-scream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