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철도무선통신망 사업, 안전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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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포럼]철도무선통신망 사업, 안전이 최우선

친구나 친분 있는 사람들이 묻는다. 퇴직한 지 제법 됐는데 일을 한다니 부럽다고 한다. 철도통합무선통신망인 롱텀에벌루션(LTE)-R 개량 사업 감리 업무를 하고 있다. LTE-R 신설과 개량 사업은 정부에서 주관하고 한국철도공사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운용 관리되며, 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맡아 추진한다.

2015년 원주-강릉 복선 전철 사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장기간에 걸친 사업이다. 철로 변으로는 트로프와 광케이블 설치하고 1㎞ 간격으로 광중계 장치(RRU)와 안테나를 설치한다. 역 구내에는 디지털유니트(DU)·광전송장치(DWDM)와 L3, L4 등을 설치해 일원화된 통신망이 된다. 시스템별로 서로 다른 무전기가 운용되지만 LTE-R 시스템이 구축되면 하나의 무전기로 통신이 가능하다. 올해에는 운행선 구간에서 LTE-R 통신망에 신호 시스템인 KTCS-2를 추가, 무선통신과 신호시스템을 통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신호시스템은 지상신호 방식이 근간이지만 이미 시험 검증을 마친 KTCS-2 열차제어시스템이 LTE-R 무선망에 통합되고, 현장에서 기술이 입증되면 전국으로 확대된다.

통신서비스는 첨단이지만 공사 현장은 만만하지 않다. 공사 품질뿐만 아니라 시공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규정이나 지침은 과장됐다고 할 정도로 자세하고 많지만 잠깐 소홀하면 사고가 발생한다. 현장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낮에는 열차가 자주 통행하기 때문에 철로에는 절대 들어가지 못하고, 열차가 지나가더라도 철로에서 3m 이상 떨어진 공간에서 열차 사이 작업 공사만 한다. 이를 '상례 작업'이라고 한다. 트로프 구축, 광케이블이나 전력케이블 설치, 철로 변의 시설 유지·보수하는 작업이다.

공사 구역 앞뒤에는 선로감시원을 배치하고, 열차 접근 시 공사 요원에게 열차 진입을 통보하게 한다. 선로감시원은 미리 정해진 시간 전후에 멀리 열차가 나타나면 무전기로 작업책임자에게 연락함과 동시에 휴대형 사이렌을 울려 공사 중지와 대피를 알린다. 야간에는 열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시간, 통상 자정에서 새벽 5시까지 공사를 하게 된다. 이를 '열차차단작업'이라고 한다. 전날 오후 8시께 해당 역장 등 담당자와 협의를 마친 후 밤 12시가 좀 지나서 해당 공사 지역으로 들어간다. 공사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 열차운행 안전관리자는 관제사에게 무전으로 작업 승인을 요청한다. 작업 종료 후에도 관제사에게 종료 보고를 한다.

공사 현장에서는 열차 통과 전후 약 10~20분을 제외한 시간에 공사를 하게 된다. 주간과 마찬가지로 안전판 설치 및 열차감시원을 배치하고, 열차가 통과하기 전에 대피하게 한다. 이에 따라 공사 시간은 새벽 5시까지 열차 두 대 정도 지나가는 경우 약 세 시간 안팎이 된다. 준비에 비해 작업 시간은 매우 짧다.

주간과 다른 점은 철로 쪽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모든 공사 현장은 철도관제실 및 지역 관제센터의 철저한 통제에 따른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도 안전, 또 안전, 또 안전이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입장이 바뀌어 열차 승객이 돼 보면 새삼 공사 현장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이런 안락함과 편안함을 생산하는 일에 참여함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차창 밖의 들판을 바라보면서 편안하게 눈을 감아 본다. 요즘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의료진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단체·유관기관 담당자의 어려움이 눈에 아른거린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최명선 전 KAIST 교수 sun21@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