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KT스카이라이프, 현대HCN 인수 우선협상...KT그룹 '트리플 유료방송플랫폼' 확보

인수 성사 땐 시장점유율 35.47%
위성방송-IPTV-케이블TV 품어
위성방송 공공성 약화 우려 해소 필요
SK텔레콤-LG유플러스 추격 거세질 듯

[이슈분석]KT스카이라이프, 현대HCN 인수 우선협상...KT그룹 '트리플 유료방송플랫폼' 확보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유료방송 시장 판도가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됐다.

KT스카이라이프는 성장동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현대HCN 인수로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KT 그룹은 역대 최초 위성방송·IPTV·케이블TV라는 트리플 플랫폼을 확보하며 유료방송과 미디어 시장 주도권을 확대·재생산할 중요 교두보를 확보했다.

KT 계열에 대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추격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속 M&A와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가열될 지 주목된다.

향후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간 협상과 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 성장 돌파구 확보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매각 방식과 인수 가격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당 40만원대, 약 5000억원대에 현대HCN 주식을 100%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HCN 대주주 현대백화점이 주식교환 방식을 제시한 SK텔레콤에 비해 KT스카이라이프 제안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결정 막판 국회 등을 중심으로 위성방송이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에 공공성 저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고심 끝에 가장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KT스카이라이프를 선택했다는 추론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확보하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수는 321만명으로, 전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9.56%를 차지했다. 현대HCN은 가입자수 132만명으로 점유율 3.95%다. 양사가 결합할 경우 가입자수 453만명, 시장점유율 13.51%가 된다. 기존 3위 SK브로드밴드(812만명)에 이어 유료방송 시장 4위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

유료방송 시장이 IPTV 시장 위주로 재편되면서 위성방송과 케이블TV는 고질적인 성장저하 문제에 직면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기존 가입자수의 40%에 이르는 가입자를 단번에 흡수하며, 위성·케이블TV 결합상품 등 융합 서비스로 시장에서 승부할 돌파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방송상품 중심 신상품 출시로 시장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KT, 유료방송 1위 굳히기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유료방송시장 1위를 굳힌다. 기존 KT·KT스카이라이프 계열 가입자는 1058만명으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31.52%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KT그룹 유료방송 가입자는 1190만명, 시장점유율 35.47%로 독보적 1위가 된다.

KT는 2위 LG유플러스(점유율 24.91%)에 대한 추격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현대HCN·딜라이브를 인수하면 1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KT는 현대HCN 확보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이례적으로 위성방송, IPTV, 케이블TV라는 유료방송 '트리플 플랫폼'을 구축하게 됐다. 유료방송에 대한 종합 서비스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산간 오지 등 가입자에게는 위성방송을 제공하고, 저가상품을 원하는 이용자에게는 케이블TV, 풍부한 주문형비디오(VoD)를 원하는 이용자에게는 IPTV 등 맞춤형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 KT의 5세대(5G) 이동통신 모바일 상품과 국내 최대 경쟁력을 보유한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제공해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KT그룹은 당분간 유료방송 1위를 고수하며 콘텐츠 확보와 상품 구성, 커버리지 등 측면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시즌(Seezn) 등 콘텐츠를 확장하며 새로운 혁신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KT그룹의 현대HCN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유료방송 M&A 시장은 요동칠 전망이다. 당장 KT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남은 매물인 딜라이브와 CMB 등 매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초반에 막기 위해 가입자 확보를 위한 경쟁사 마케팅 경쟁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제는

KT스카이라이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M&A 완료를 향한 첫 단계다. 추가협상 과정에서 세부 조건을 확인하고 규제리스크 등에 대해 계약 당사자간 이해를 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부의 인허가 과정이 남았다는 점은 변수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현대HCN 물적분할 계획을 심사하고, 방통위 사전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현대HCN이 사내유보금 3500억원을 존속회사인 현대퓨처넷에 이관하는 것과 관련해 유료방송에서 창출한 수익을 방송과 무관한 분야로 이관한다는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현대HCN 입장에서는 방송법 위배여부와 불가피성 등을 집중 설득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합병 대신 우선 '인수'로 기업결합을 신청할 계획이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와 과기정통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회 일각에서 제기된 위성방송 공공성 약화 우려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과제다. 국회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산간벽지 등 국민 보편서비스 제공이라는 취지에 어긋나게 수익성 위주로만 운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우려는 재허가 조건 등 규제장치가 충분한 만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범정부차원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에서도 유료방송 시장재편과 M&A 활성화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