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벤처확인제도 확 바뀐다...보증·대출 유형 완전 폐지

[이슈분석]벤처확인제도 확 바뀐다...보증·대출 유형 완전 폐지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오는 12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의 핵심은 기존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벤처캐피탈협회 등 공공기관에서 별도로 이뤄지던 평가가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벤처기업확인위원회에서 통합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벤처확인기관을 맡은 벤처기업협회에서 위원회 사무국을 맡게 된다.

기존 벤처확인제도의 85%를 차지하던 보증·대출 유형이 완전히 폐지되고, 7개 전문평가기관이 수행하는 혁신성·성장성 평가가 신설된다. 유효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된다.

◇민간 벤처확인위원회서 혁신성·기술성으로 벤처확인

벤처확인위원회는 앞으로 유형별 벤처확인 신청기업의 혁신성과 기술성, 성장성에 대한 최종 심의와 의결을 최종 결정하는 의결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각계 전문가들이 추천한 50명의 위원이 재무적·안정성 중심의 보증·대출이 아닌 혁신성과 기술성 등을 평가해 벤처다운 벤처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준 쏠리드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다.

벤처확인을 원하는 기업이 사무국에 확인을 신청하면 9개 전문평가기관에서 현장 실사를 수행한다. 기존의 벤처투자유형은 벤처캐피탈협회가 연구개발유형은 중진공과 신용보증기금이 업무를 수행한다. 새롭게 도입되는 혁신성장유형의 심사는 기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발명진흥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이 수행한다. 신청기업의 유형과 지역, 업종에 따라 벤처확인시스템이 전문 평가기관을 자동 배정하는 방식이다. 전문 평가기관의 평가기준은 동일하게 구성된다.

벤처기업의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평가 기준인 벤처투자유형은 기존 제도에 비해 투자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5000만원 이상, 자본금 대비 10% 이상 투자를 조건으로 하는 현행 기준은 유지된다. 앞으로는 창업투자회사, 전문엔젤 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딩, 농식품투자조합,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 공공연구기관첨단기술지주회사, 신기술창업전문회사, 기보와 신보로부터 투자를 유치해도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연구개발유형 역시 다양해진다.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하고 연구개발(R&D)비가 5000만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의 5~10%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 기존 요건에 인정되는 연구개발 조직 유형을 3가지 추가했다. 기업부설연구소 외에도 연구전담부서, 창작연구소, 창작 전담부서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연구개발유형으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분야는 대출·보증 유형을 대체하는 혁신성장유형이다. 7개 전문기관이 재무적 안정성을 보지 않고 혁신성과 기술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게 된다. 세부 평가지표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최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중기부에서는 창업 초기기업이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기술의 혁신성과 사업의 성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 제도 시행 안팎으로 공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벤처확인 지원 체계 실효성있는 지원 이뤄져야”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에 대한 지원은 세제, 금융, 입지 등 다양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도 개편으로 확인 기업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인에 따른 혜택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수나 연구원이 벤처기업으로 창업하거나 임원으로 근무하기 위한 목적으로 5년 이내에서 휴직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교수나 연구원이 벤처기업의 대표나 임직원을 겸직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 벤처기업에 대한 현물출자 대상에는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등도 포함된다.

세제 혜택도 크다. 창업 이후 3년 이내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에게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에서 50% 감면혜택이 제공된다. 창업 기업이 벤처확인을 받은 이후 4년 이내 취득하는 사업용 부동산에는 취득세 75%가 감면된다. 벤처기업이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는 3년간 재산세를 면제하고, 다음 2년간은 50%를 감면하는 혜택이 제공된다.

코스닥 상장 우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코스닥의 경우 벤처기업은 자기자본이 15억원, 자기자본이익률 5%, 당기순이익 10억원, 매출액 기준 50억원 등 모든 기준이 일반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우대받을 수 있다. 정책자금 역시 한도가 크게 높다. 또한 대기업에 인수합병(M&A) 되는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계열 편입을 7년간 유예하는 혜택도 주어진다. TV나 라디오 광고비용도 최대 70%까지 할인받는 것이 가능하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보증이나 대출을 받아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 대부분은 재무 건전성이 뛰어난 기업인 경우가 많다”면서 “혁신성과 기술성을 갖춘 기업을 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편되는 제도인 만큼 유망 기업을 전폭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R&D 지원에 대한 우대 등 지원 범위 확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전환 계기로 벤처 정체성 재확립해야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 전환을 계기로 벤처기업의 정체성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벤처기업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보증·대출 유형이 폐지되는 만큼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전체 벤처기업의 수가 감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진용이 새롭게 꾸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벤처천억기업, 유니콘 기업 등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별도의 특화 지원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중소기업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양성 확보도 숙제다. 비대면 분야 창업기업의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혁신성과 사업성을 평가할 전문평가기관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혁신성장유형을 평가할 7개 전문기관의 전문성이 특정 영역에 국한해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기업의 성장성과 사업성을 국가 연구소에서 미리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기준”이라면서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평가기관을 차차 확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