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전홍진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길잡이 될 것"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은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은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기술 중심적 사고'입니다. 좋은 기술이지만 정작 환자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하게 됩니다. 의사와 개발자를 연결하는 '허브'로 좋은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에서 글로벌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달 초 개소한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은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목표다. 국내 병원 최초로 개소한 디지털치료연구센터는 디지털 치료제(DTx)와 전자약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혁신 의료기기 개발을 목표로 출범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게임 등 기술을 접목해 근거 기반 치료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다.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인허가를 거쳐 의사 처방으로 환자에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일반 건강 보조제품과는 다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차세대 의료기기인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 연구개발(R&D)이 이뤄진다.

전 센터장은 우울증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다. 2017년부터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을 맡으며 자살 예방 연구활동과 유족 지원도 해왔다.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전 교수가 지난해 1만여건 상담을 기반으로 집필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디지털 치료기기 연구도 이런 관심과 맞닿아 있다.

그는 “우울증 환자에게 접근하려면 외래 진료를 한번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파악도 어렵기 때문에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모바일이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면서 “여러 업체와도 협력한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환자 입장에서도 의사를 자주 볼 수 없는 만큼 디지털 치료기기가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모니터링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일찍부터 디지털 치료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VR와 모션체어를 결합한 인지행동치료(CBT), 이완요법 등으로 우울·불안·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의료기기 'VR·바이오피드백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디지털치료연구센터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 디지털 치료제 업체와 개발자가 참여해 노하우를 공유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의료기기로 제품화시킬 수 있도록 산·학·연·병을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를 지향한다. 현재 센터에는 30여명 교수가 참여하고 있으며 18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전 교수는 “개발자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의료진은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만나서 머리를 맞대다 보면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임상을 거쳐 상용화까지 가려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면서 “이 과정에서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구심점으로 국내외 의료진이 적절한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기나 신약 개발 분야는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고 수백년 역사를 가진 선진국 기업 아성이 견고하다 보니 뚫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시작되는 분야고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