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 '진화 중'

국토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본격 시행
운송업 체계 Type1·2·3 구분해 시장 활성화
플랫폼 호출 최적화로 택시 공차율 감소 기대
한국 특화 '대리기사' 고정비 부담 적어 각광

[산업리포트]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 '진화 중'

타다 로고를 붙인 흰색 카니발 차량은 우리니라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승차거부 없는 배차와 쾌적한 실내 공간, 드라이버 매뉴얼 구축 등을 통해 높은 고객 만족도를 얻었다. 그러나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카니발로 운영했던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은 지난해 4월 운행을 종료했다.

타다 베이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우버나 리프트,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과 비교하면 아직 한국은 후발주자다. 택시 업계 반발과 비영업용 차량의 유사 영업행위 규제 때문이다. 많은 제약 요건에도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은 제도권 안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T 택시.
카카오T 택시.

◇제도권 안착한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

정부는 최근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위한 구체적 법안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다양한 운송플랫폼 사업을 제도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올해 3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등을 4월 8일부터 시행했다.

그동안 신·구 모빌리티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택시 업계, 플랫폼 업계는 사회적 대타협을 거쳤다. 택시 제도 개편 방안도 나왔다. 이를 통해 플랫폼 기반 운송업을 제도권 내로 수용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한 여객자동차법은 기존 운송업 체계를 개편해 운송 플랫폼 사업을 신설하고, 이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차량을 확보해 유상 운송하는 플랫폼 운송사업(Type1)과 사업자가 택시를 가맹점으로 두는 플랫폼 가맹사업(Type2),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중개 플랫폼으로 운송 중개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 중개사업(Type3)다.

새롭게 신설한 Type1은 사업자가 차량과 플랫폼을 직접 확보해 운송업을 하는 형태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려는 자는 플랫폼(호출과 예약·차량 관제·요금 선결제 등), 차량(13인승 이하 차량 30대 이상), 차고지, 보험 등 허가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여금 제도도 마련했다.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매출액의 5%(운행 횟수당 800원, 허가 대수당 40만원 중 하나 선택 가능)를 여객자동차 운송시장 안정 기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다만 300대 미만 중소 스타트업은 25~50%를 감면해준다.

Type1은 요금규제와 사업구역 제한, 외관규제, 차량확보 방식(렌터카 가능)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 적용했다. 허가와 발급은 플랫폼 운송사업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실시한다. Type2와 Type3는 플랫폼과 택시의 결합을 정식 제도화한 형태다.

Type2는 일정 요건 충족 시 요금을 자율신고제로 운영할 수 있다. 예약과 호출형으로 운행하는 플랫폼 가맹택시는 월 구독형 요금, 사전확정 요금 등과 결합한 혁신 서비스 모델 출시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카카오T블루, 마카롱택시, 반반택시그린, 우버택시 등 Type2 형태의 브랜드 택시 약 3만대가 운행되고 있다.

Type3도 여객자동차법 상 근거가 마련되면서 등록 절차 등을 거친 후 안정적 영업이 가능해졌다. 사업자들은 다양한 중개요금과 이에 기반한 다양하고 혁신적인 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택시 호출 앱 카카오T와 티맵택시가 대표적 사업자다.

우버 택시.
우버 택시.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 현황은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은 23만대 규모의 택시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법인) 택시는 7만대, 개인택시 16만대 수준이다. 택시 총량제로 추가 증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택시 면허가 계속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다.

택시 형태는 대다수가 중형택시며 모범·고급·승합·대형 택시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택시 시장 매출 규모는 2019년 기준 8조7000억원 규모다. 대당 월매출은 약 280만원 수준으로 10여년간 정체 상태다. 최근 플랫폼 사업에 대한 법안이 구체화되며 효율성 제고와 대당 매출 증가 가능성은 높아졌다. 기존 택시 공차율은 40% 수준으로 플랫폼을 통한 호출 최적화가 이뤄지면 획기적 공차율 감소가 예상된다.

업계는 Type2 형태 플랫폼 가맹사업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택시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카헤일링 시장에는 카카오T블루를 비롯한 많은 신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펫택시와 유아시트를 제공하는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처럼 서비스를 강화한 업체부터 코나투스의 반반택시같이 승합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곳도 등장했다.

카풀 모델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실패한 경험한 우버도 Type2 서비스를 통해 공격적 증차를 추진하고 있다. Type2 브랜드 택시의 수는 3만대를 넘어섰다. 전체 택시의 15%가량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실시하는 셈이다. 기존 택시 산업을 효율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에 특화된 대리기사 서비스도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의 한 축을 맡고 있다. 2016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타다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개시했고 티맵모빌리티 역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대리기사 시장 규모는 3조원 수준으로 택시 시장의 30%가 넘는다. 수수료는 20% 수준으로 순매출 규모를 고려해도 6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다. 일부 시스템 투자를 제외하면 고정비 부담이 거의 없어 알짜사업으로 불린다.

카카오T 택시.
카카오T 택시.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 주요 플레이어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 경쟁력은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이다. 카카오T는 호출 플랫폼 시장에서 8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Type2 서비스가 주를 이루지만, 벤티를 출시하며 Type1에 가까운 서비스도 내놨다. 벤티는 수요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선보였다. 여기에 호출 서비스에 대한 과금을 본격화하며 Type3에서도 수익화를 추구하고 있다.

카카오T는 Type2 업체에 대한 무료 콜서비스를 중단했다. 가맹택시 업체가 카카오T 콜을 이용하려면 수수료를 내야한다. 올해 3월 일반 택시 대상으로도 프로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다. 월정액 9만9000원을 내면 원하는 목적지의 콜 확인과 지역별 콜 수요 확인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랫폼 이용자 수가 충분치 않은 Type2 입장에서는 카카오T 호출 서비스 이용이 절실하다. 프로 멤버십은 선착순 2만명의 가입자에게 일부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3일 만에 목표치를 조기에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콜을 받기 위한 수요가 컸다는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 모델 추구는 투자 유치와 상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과금 모델이 없는 후발 호출 앱으로의 기사 유출 위험에도 과감한 수익화 결정은 시장 지배력에 대한 자신감의 결과라는 게 업계 평가다.

쏘카 카셰어링 차량.
쏘카 카셰어링 차량.

△쏘카·그린카=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보고서에 따르면 카셰어링 시장은 업계 1위 쏘카가 그린카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딜카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되면서 시장 변화가 예상되나 쏘카의 입지는 공고하다. 쏘카는 2019년 매출액이 2567억원에서 지난해 2637억원으로 성장은 다소 정체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타다 베이직 철수 영향이다. 다만 가입자 수는 640만명에 달해 계속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그린카 매출액은 2018년부터는 정체 상태였으나 지난해 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0% 증가했다. 대주주 롯데렌탈의 위수탁 매출이 81.9%를 차지하는 그린카는 지난해 위수탁 매출과 일반 렌털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그린카 가입자 수는 350만명으로 쏘카의 54.6% 수준이나 매출액은 쏘카 대비 17.0%에 머문다.

쏘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구독 서비스와 쏘카 존 확대 등으로 충성 고객 확보가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쏘카는 향후 중고차 판매, 대리기사, 타다라이트 출시 등을 통해 사업과 외형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쏘카가 -16.3%, 그린카는 7.9%를 기록했다. 쏘카는 공격적 마케팅과 투자로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비용 관리를 통해 전년보다 적자 폭을 66.5% 줄이는 등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린카는 지난해까지 꾸준히 흑자를 유지했으나 투자가 크게 감소하는 등 보수적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쏘카는 카셰어링 시장에서 헤일링 시장과 대리기사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사업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타다 베이직(Type1) 사업을 철수했던 쏘카의 자회사 VCNC는 타다 라이트라는 서비스명으로 Type2 플랫폼 가맹 사업에 진출했다. 대리기사나 중고차 판매업 등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가능성도 충분하다.

티맵모빌리티 개발자들이 티맵을 점검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개발자들이 티맵을 점검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사모펀드로부터 591억원, 4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이 없지만, 1조4000억원의 추정 가치를 인정받으며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에 대항할 만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탄생한 것이다.

티맵모빌리티와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우버는 합작회사 우티(UT)를 출범했다. Type2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티맵모빌리티 강점은 차량용 내비게이션이다. T맵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 75%, 월간 실 사용자(MAU) 125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T맵을 기반으로 최근 T맵 택시, T맵 주차, T맵 대중교통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 안드로이드 오토는 T맵 지원을 시작했다. 카카오내비에 독점에서 벗어나 T맵 생태계를 넓힐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우버는 현재 국내에 가맹택시 1000여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자회사 우티의 설립으로 기존 우버 가맹택시인 우버택시, 우버블랙, 티맵택시를 통합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