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대그룹이 한미동맹 동반자적 관계에 큰 역할...이재용 사면에는 “고충 이해한다”

삼성·SK·현대차·LG 그룹 총수 청와대 초청해 오찬간담회
삼성전자, 수감 중 이재용 부회장 대신 김기남 부회장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한·미 양국 간 동맹 강화에 우리 기업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4대 그룹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밝히면서 양국 관계가 수혜적 관계에서 동반자적 관계가 됐다고 부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해선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대표를 초청해 함께한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4대 그룹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규모 미국 투자 발표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한 데 따른 사의를 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만 별도로 오찬간담회에 초청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낸 것은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고마움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는 지금까지 수혜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 관계가 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4대 그룹의 기여가 컸다”고 평가했다. 탄소중립 2050 목표 역시 4대 그룹과 함께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고, 우리 4대 그룹도 미국 진출을 크게 확대할 좋은 계기가 됐다”며 양국 경제 협력에서 대기업의 더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4대 그룹을 직접 지목해 감사함을 표한 것에 대해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4대 그룹의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가 국내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을 의식한 듯 “미국에 대한 투자가 한국 일자리를 없애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기업이 나가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미국에 동반 진출하게 된다”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이 늘어 국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등 인재 양성은 대학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며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4대 그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의견을 건의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하진 않고 애둘러 표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며 먼저 언급했다. 경제 5단체장 건의는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지난달 청와대에 제출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뜻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며 최태원 회장의 언급에 힘을 보탰다. 다른 참석자들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