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로 무장한 제조업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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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변호사·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재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변호사·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데이터' 활용에 둔감했다. 서비스 중심 데이터 수집과 이용, 제3자 제공 등에 관심이 많은 반면에 산업데이터는 기업 영업비밀로 과도하게 보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산업데이터는 다양한 형태와 방대한 범위 때문에 분류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시대 변화를 촉진하는 중심에 산업데이터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업들은 산업데이터 생성·보관·활용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고도화된 데이터 사회가 도래하면서 산업데이터의 경제적·사회적 가치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진보하고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산업의 디지털전환(DX)'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국내 법령에 근거한 실효성 있는 산업데이터 보호 정책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법 테두리에서는 아직 산업데이터 소유권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물론 다양한 해석론으로 산업데이터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법원·학계 입장을 감안할 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DX 촉진을 위해 산업데이터 소유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도록 입법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데이터 소유권 개념, 구체적 권리 범위 설정 등이 해당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누구나 수집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다른 기업이 생산·수집한 데이터를 복제해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산업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소유권을 부여해서 절대적 권리로 규정하면 산업데이터 유통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산업데이터에 대한 현행법상 보호는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 제한적 범위에서 이뤄진다. 새로운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관련 법률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행 법령 체계로는 '제조업의 귀환'을 위한 산업의 DX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복잡하고 경직된 규제 체계는 기술 발전과 혁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현재 국회에 묶여 있는 '산업디지털 전환 촉진법(안)'은 경직된 소유권 개념에서 벗어나 데이터 사용·수익권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중요성이 높다.

이 법(안)은 산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지능정보기술을 산업에 적용해 산업의 DX를 촉진하는 게 목표다.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들여 산업데이터를 새롭게 생성한 자는 이를 활용해서 사용하고 수익을 거둘 권리를 갖는다. 누구든지 타인의 산업데이터 사용·수익 권리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산업데이터 활용·보호 원칙도 제시한다. 제조업의 DX을 끌어낼 수 있는 적절한 묘수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생산 공정·환경 관련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 기술 기반으로 디지털 제조 현장을 구축한 덕이다.

이 법(안)으로 산업데이터에 대한 사용·수익권 및 제3자 공유권이 정리되면 산업데이터의 합리적 유통, 공정한 거래 등 원활하고 안전한 활용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

이 법(안)은 기업의 산업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의무화했다. 산업의 DX 촉진을 위해 국제협력 활성화에 노력하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이 보유한 산업데이터가 해외에서 적절하게 보호되도록 국외 이전을 제한하는 등의 규정도 담았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산업데이터를 활용한 제품·서비스가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존 제조 공정의 DX로 생산효율 향상, 안전성 강화, 생산 공정 혁신, 데이터 표준화를 이룰 수 있다. 데이터로 무장한 '제조업의 귀환'이 머지않았다.

이재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변호사·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jaehoonlee@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