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유럽서 '제값 받기' 도전

국내 가격보다 최대 40% 높게 책정
옴니채널 전략으로 가격 흥정 지양
“상품성 자신감…브랜드 가치 입증”
현대차, 2년 연속 최고 점유율 기대

현대차그룹 제네시스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본고장 유럽에 진출하며 국내보다 가격을 최대 40% 높게 책정했다.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값 받기'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입증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해 유럽에서 처음 연간 점유율 7%를 달성한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 선전에 이어 제네시스의 성공적 시장 안착을 바탕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 연간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제네시스 G80.
제네시스 G80.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독일과 영국, 스위스에서 대형 세단 G80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2종 가격을 확정하고 공식 판매에 돌입했다. G80 2.2 디젤 모델 독일 현지 기본형 가격은 4만6900유로(6381만원)부터, 영국 가격은 5만2800파운드(7184만원)부터로 책정했다. GV80 3.0 디젤 모델은 독일 6만3400유로(8626만원)부터, 영국 5만6815파운드(9033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네시스 기본형 가격(G80 디젤 5660만원·GV80 디젤 6580만원)과 비교하면 G80은 독일이 12.7%, 영국이 26.9% 높다. GV80은 독일이 31.0%, 영국이 37.2% 비싸다. 유럽 수출 모델과 국내 내수 모델은 세부 트림별 옵션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현지 세금 체계 등을 고려하면 제값 받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제네시스 독일 홈페이지에 소개된 G80 가격.
제네시스 독일 홈페이지에 소개된 G80 가격.

제네시스는 유럽 시장 진출과 동시에 언제 어디서 차량을 구매하더라도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단일 가격 '옴니채널' 전략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가격 흥정을 지양하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제네시스는 유럽 내 3곳의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했다. 독일 뮌헨과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에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열고 고객을 맞는다. 부족한 오프라인 판매망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만회한다. 차량 사양을 손쉽게 비교하고 매장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구매할 수 있다.

개인 비서(Personal Assistant)라 불리는 고객 전담 서비스도 도입했다. 개인 비서가 차량 구매부터 사후관리(AS)까지 전담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5년 케어 플랜 보증, 365일 긴급출동, 차량 대차, 무선 업데이트(OTA) 서비스 등을 무상 제공한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로 유럽 고급차 시장에 도전하는 현대차그룹이 G80과 GV80 등을 앞세워 2년 연속 최고 점유율을 넘어설지도 관심사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5월 유럽 누적 판매량은 38만8711대로 작년 동기 대비 37.3% 증가했다. 누적 점유율은 7.5%로 0.3%포인트(P) 상승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내 인기 요인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네시스가 추진하는 제값 받기 전략이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중·대형차보다 합리적 가격의 소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고급차 시장은 대중차와 달리 자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면서 “이제 막 이름을 알린 제네시스가 현지 전문지 시승 평가 등에서 호평을 받곤 있지만 실제 구매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유럽서 '제값 받기' 도전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