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계륵'이었던 MCU, 대만 파운드리 입김 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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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수익성 낮고 진입장벽 높아
韓, 고부가 집중하다 빅마켓 놓쳐
대만 TSMC, 글로벌 점유율 70%
국내 생태계 부실에 눈치보기 급급

# 자동차와 가전제품, 산업 장비 기능을 제어하는 핵심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국내 생산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동차 전동화 수준이 향상되면서 적용 범위가 확대된 차량용 MCU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MCU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대만 등 주요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 생산 계획과 양산 능력에 공급이 좌우된다. 국내 파운드리가 일부 반도체 제품 생산에만 집중한 결과란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파운드리 업체 중 극히 일부만 MCU 생산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MCU를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키파운드리 정도다.

삼성전자는 텔레칩스가 최근 개발한 MCU 시제품 생산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의 8인치 파운드리 가운데 MCU 비중은 적은 수준으로 전해졌다.

키파운드리는 어보브반도체의 MCU 위탁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중에서는 MCU 생산량이 그나마 많은 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국내 MCU 공급 부족을 해소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DB하이텍은 과거 MCU 위탁생산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사업 비중을 최소화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MCU를 취급하지 않는다.

[이슈분석] '계륵'이었던 MCU, 대만 파운드리 입김 세졌다

◇수익 안났던 '계륵' MCU…국내 투자 미흡했다

국내 파운드리의 MCU 대응이 미흡한 건 수익성 문제와 직결된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본격화한 2020년 이전에 MCU는 파운드리 '효자' 품목이 아니었다. 많이 생산해 판매해도 남는 게 많지 않다는 의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다른 고부가가치 제품 대비 판매 가격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기존 MCU는 모바일용 AP 평균 판매 가격 10분의 1수준이다.

한 파운드리 관계자는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나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 비해서도 MCU 수익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면서 “그만큼 MCU 생산 설비에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8인치 파운드리가 PMIC, DDI, 이미지센서 등을 주력 취급 품목으로 삼은 배경도 이 때문이다.

또 MCU는 파운드리 입장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제품이다. 특히 차량용 MCU 경우 자동차에 사용되는 제품이라 안전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만큼 인증 획득 등 품질 관리가 힘들다. 제품 개발부터 납품까지 기간도 다른 제품 대비 길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 반도체에 비해 안전성과 내구성이 중요하며 장기 보유 기간 등에서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아 생산능력(캐파) 증설이나 공급업체 추가 등록이 쉽지 않다”면서 “안전성 인증을 받기 위해서 1~2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고 재고 보유기간도 약 30년으로 가정용 및 산업용에 비해 상당히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요인으로 국내 파운드리가 MCU 생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그 결과 세계 MCU 생산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국내 MCU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차량용 반도체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도 시장 점유율(2019년 기준)은 2.3%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 급증에 생산 차질, MCU 몸값 달라졌다

우리나라가 MCU 생산 인프라 확보에 소극적이었던 반면에 2019년 이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자동차 전동화가 빨라지고 자율주행차량 등 MCU 적용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정된 생산 환경 속에서 급증한 수요는 MCU 품귀 현상을 야기했다.

올 상반기 주요 MCU 공급업체의 생산라인 가동 중단 사태도 MCU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 2월 일본 지진과 3월 공장 화재로 MCU 강자인 르네사스 제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미국 텍사스 한파로 또 다른 MCU 공급업체인 인피니언과 NXP 오스틴 공장 가동도 중단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 MCU 부족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 인프라와 공급망이 열악한 우리나라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4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아산 공장과 울산공장 생산라인을 일부 중단했다. 현대차 브라질 공장도 7월 일시 가동 중단한 바 있다. 모두 MCU 등 차량용 반도체 수급 영향 탓이다. 해당 공장은 부분 가동을 재개했지만,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근무 체제를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MCU 부족은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 산업도 발목 잡고 있다. 특히 세계 MCU 공급업체와 파운드리가 차량용 제품 병목 현상을 우선 해소하려다보니 가전 시장에서 MCU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하고 장기화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만에서 MCU를 공급 받던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용 MCU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공급 부족 이전 대비 최대 10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면서 “높은 가격에도 MCU 주문량이 적으면 공급 계약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표 MCU 업체, 대만 파운드리 위탁 생산 비중↑

결국 MCU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세계 MCU 대표 업체인 르네사스, NXP, 인피니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에 시선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상위 4개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를 훌쩍 넘는다. 이들 업체가 얼마나 많은 MCU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MCU 가격 등 시장 안정을 좌우한다. MCU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공급업체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과거 MCU 업체가 자체 생산으로 제품을 공급했지만, 최근 파운드리 위탁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수혜 파운드리가 대만 TSMC와 UMC다. 르네사스는 2012년 40·45나노미터(nm) 공정 제품을 TSMC에 일부 위탁생산하기 시작해 2016년 28나노 제품도 TSMC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NXP는 16나노와 28나노 MCU를 TSMC에 위탁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피니언이 TSMC에 위탁 생산하는 MCU는 16, 40·45, 65, 110·130 나노 공정 제품이다. 인피니언에 인수된 사이프러스는 2016년부터 대만 UMC에 일부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TI는 TSMC와 UMC를 모두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MCU 경우 대부분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한다. MCU 업체들은 수익성 제고 등을 이유로 12인치 웨이퍼로 공정 전환을 시도하면서 생산라인 신규 증설에 나서고 있다. 기존 8인치 제품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에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MCU 수요 급증으로 자체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위탁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파운드리가 MCU 시장 좌우…“대체재 마련 쉽지 않아”

MCU 업체들이 TSMC와 UMC 위탁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대만 파운드리의 입김이 강해졌다. 특히 TSMC는 세계 MCU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1% 안팎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국내와는 대비된다. 국내 MCU 공급마저도 대만 파운드리 공급에 휘둘리는 실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MCU 생산 비중이 커지다 보니 국내 공급 물량까지 대만 파운드리 눈치를 보게 됐다”면서 “일부 MCU 수요 기업은 국내 MCU 제품과 파운드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안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국내 MCU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MCU 판매액 성장률은 작년 대비 23% 늘어난 76억달러(약 8조78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MCU 가격이 상승했고, TSMC의 공급량 확대 계획이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TSMC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MCU 생산량을 작년 대비 60% 늘리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팬더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총 30% 향상된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차량용 MCU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의 생산량 확대 소식에 업계에서는 MCU 등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점친다. 안정적 공급에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단기 시장 안정화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대만 파운드리 행보에 MCU 시장 향방이 뒤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연구원은 “르네사스, NXP, 인피니언 등은 TSMC 위탁 생산 비중이 높은 수준”이라며 “TSMC 등 파운드리 업체 및 자동차부품 업체 캐파 확대가 이뤄지는 3분기 이후부터 (공급 부족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