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반도체 부족이 '집콕 라이프'도 방해한다

“TV 볼 일 많아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표적 '집콕' 활동 중 하나가 TV 보기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보니 TV 시청 시간도 증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코로나, 미디어 지형을 바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V 평균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14분 증가한 3시간 9분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지속 감소 추세였던 TV 평균 시청 시간이 최근 5년 새 가장 큰폭으로 증가했다.

[창간특집] 반도체 부족이 '집콕 라이프'도 방해한다

TV 시장의 급성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패널만이 TV 핵심 요소는 아니다. 디스플레이를 제어하고 TV 전체 운용을 담당하는 작은 실리콘 조각, '반도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TV용 반도체 중 핵심은 디지털TV 시스템온칩(SoC), 티콘(T-CON), 디스플레이구동칩(DDI)다. 방송이나 인터넷으로부터 압축된 디지털 데이터를 받아 압축을 풀고 영상 데이터를 만드는 건 디지털TV SoC 역할이다. 티콘은 영상 데이터를 받아 DDI로 보내는데, 데이터를 분배하고 시간을 조정하는 일을 맡는다.

최근 TV용 반도체 중 가장 주목받는 건 DDI다.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 등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많은 화소를 구동하는 반도체다. DDI로 화소를 구성하는 빨강·녹색·파랑(RGB) 등 부화소를 켜고 끌 수 있다. 또 RGB 영상 신호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색상 차이를 만든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T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 DDI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TV 등 가전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는데, DDI도 공급 부족 반도체 중 하나다.

[창간특집] 반도체 부족이 '집콕 라이프'도 방해한다

DDI는 전력관리반도체(PMIC)·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와 함께 8인치 웨이퍼로 만드는 대표 반도체다.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주문이 밀려 DDI 공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DDI가 없어서 TV를 못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량이 부족하니 DDI 가격이 오르고 이는 TV 가격 인상을 야기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상반기 TV 가격은 각각 작년 대비 23%, 19.5% 올랐는데, DDI 가격 상승 영향 탓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때문에 TV를 비싸게 사야 하는 부담을 겪으니 '집콕' 생활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반도체 부족이 집콕 생활에 영향을 주는 건 노트북·데스크톱PC 사용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으로 노트북·데스크톱PC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집에서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로 업무와 공부를 하는 트렌드가 일상이 됐다.
그러나 일부 노트북 제조사는 기기 가격을 높여 소비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등장했다. 가격 인상 요인으로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값 상승이 손꼽힌다.

[창간특집] 반도체 부족이 '집콕 라이프'도 방해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