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박 2일간 호남 일정에 올랐다. 지난주 전당대회 이후 대선후보 평일 일정으로는 첫 지역 방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과, 이후 '개사과' 관련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다.
윤 후보는 10일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해 유족들과 만나고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일정을 가졌다. 11일에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하고 이어 김해로 장소를 옮겨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윤 후보는 5·18민주묘지에서 “상처받은 모든 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40여년 전 오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었고, 광주의 피가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오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고 했다.
이번 일정은 대통령 후보 선출 이후 갖는 첫 지역 행보인 만큼 호남 민심 추스리기에 방점을 찍었다.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정권을 옹호한 것에 대한 공식 사과에 나선 셈이다. 그동안 윤 후보는 경선이 끝나면 바로 광주를 찾아가 사과와 위로를 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었다.
정치권은 윤 후보의 행보에 대해 진보와 중도 표심을 얹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진보와 중도 유권자들을 향해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 양일간의 일정을 통해 호남 민심을 얼마나 달랠 수 있을지에 따라 지지율 향방도 가늠이 될 전망이다.
반면에 윤 후보에 대한 호남 민심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날 광주 현지에서는 관련 단체들이 다수 모여 윤 후보 방문을 규탄, 경찰들과 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9일 밤부터 5·18 민주묘지 진입로에 천막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 방문 역시 사단법인 홍남순변호사기념사업회로부터 '정략적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사죄 없이 홍 변호사 생가를 찾으려 한다. 이는 경거망동을 넘어 후안무치의 처사”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대선 행보 우선 과제로 진보·중도층 껴안기를 택했지만, 이를 위한 첫 일정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호남에서의 윤 후보에 대한 평가 자체가 좋지 못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은 국민 정서상 공감이 어려웠던 만큼 진보·중도 지지는 장기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 후보의 호남 행보는 말실수를 수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발언 이외에도 잘못된 사례로 국민 정서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였다”며 “1박 2일간의 일정이 진보·중도 민심을 수습하기 보다는 '정치적 쇼'로 비춰지며 반감을 살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