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이미지 확 바꾼 알뜰폰, 이제는 질적 성장 이뤄야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 절반 차지
중소 알뜰폰 기업 마케팅 비용 부담
정부, 자회사 합계 점유율 제한 검토

[이슈분석] 이미지 확 바꾼 알뜰폰, 이제는 질적 성장 이뤄야

알뜰폰이 제도 도입 후 11년 만에 1000만 가입자 시대를 맞이했다. 높아진 가입률 만큼 알뜰폰 위상도 달라졌다. 알뜰폰은 시장 초기 저가 휴대폰 이용자 또는 단기 체류 외국인 등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롱텀에벌루션(LTE)에 이어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가 출시되며 이동통신사와 유사한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돼 MZ세대까지 즐겨찾는 상품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알뜰폰 정책이 지금껏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많다. 가입자 1000만 시대를 맞아 질적 성장 또한 뒤따라야 한다. 알뜰폰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통시장 메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알뜰폰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한다.

◇이통 3사 자회사 쏠림현상 심해

알뜰폰 업계는 알뜰폰 선·후불 시장(IoT 회선 제외)에서 이통 자회사 점유율이 사실상 50%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소알뜰폰 기업은 이통 자회사와 경쟁 과정에서 증가하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 협회장은 “프랑스는 프리텔레콤이 제4통신 사업자로 성장하는 등 해외 중소 알뜰폰은 경쟁력을 강화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며 “그에 반해 우리는 이통 자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고 대기업을 동원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제도 보완을 통해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통 자회사 매출액 점유율은 2019년 이미 전체 알뜰폰 시장 67% 수준을 차지했다. 이통 자회사와 중소사업자 간 매출 실적은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양정숙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 매출은 2016년 3230억원에서 2019년도 3238억원으로 8억원(0.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이통3사 자회사는 5096억원에서 6048억원으로 952억원(18.6%)이 증가했다.

이통 자회사를 제어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안전장치는 유명무실하다. 옛 미래부는 2014년 공정경쟁과 중소사업자 보호를 위해 이통 자회사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했다.

하지만 자회사 알뜰폰의 합산 점유율 50% 제한 규정은, 점유율 산정 시 분자와 분모 집계 기준이 달라 물리적으로 50% 도달이 불가능하다. 점유율 산정 시 분자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IoT(M2M) 회선을 제외하고 있으나 분모는 이를 포함하고 있다. IoT 회선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만큼 분모가 분자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커져 점유율이 과소 산정될 수 밖에 없다.

◇ 정부, 이통 자회사 제한 방향 나설듯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1000만 시대를 맞아 이통 3사 자회사로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등록조건의 점유율 산정 시 IoT 회선을 제외하고 집계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등록조건에서 IoT 회선을 제외했을 시 현재 기준으로 당장 이통 자회사 점유율이 50%에 도달,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는 만큼 과기정통부의 고민 또한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점유율 50%를 초과함과 동시에 영업정지를 실행하는 것이 아닌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예 기간 동안 이통 자회사가 자체적으로 과도한 경품을 줄이는 등 마케팅 자제를 통해 회선을 조절할 수 있다.

◇ 도매대가 중심 정책도 변화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은 올해도 협상을 거쳐 종량제와 수익배분 대가를 모두 인하했다. 과기정통부는 중소사업자 위주인 알뜰폰의 협상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SK텔레콤과 협상,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요금제를 의무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가 알뜰폰 가입자의 선택권 확대와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알뜰폰이 선보이는 요금제가 이통사 요금제를 그대로 할인 제공하는 형태로만 내놓고, 차별화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KB리브엠 등 금융상품과 결합한 일부를 제외하면, 미디어콘텐츠·사물인터넷(IoT) 결합 등 차별화한 요금제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알뜰폰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대량구매 상품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통사는 5TB당 0.8%, 10TB당 1.3%, 20TB당 1.5% 등 데이터 대량구매할인 도매상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데이터 추가할인 용도로만 사용되고 데이터 할인을 바탕으로 요금제를 재설계하는 데는 이용되지 않고 있다. 혁신 요금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데이터 중간 도매상 역할인 MVNE 도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존 음성·데이터 중심 상품에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알뜰폰 주 이용층을 분석,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를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 모델 등도 발굴할 수 있다. 5G 특화망도 알뜰폰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통신서비스 경험을 살려 5G 특화망 서비스 운영을 대행할 수도 있다. IoT 분야에서 M2M 통신 서비스를 전담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특화망 등 알뜰폰 사업자가 진출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동시에 이용자 편의를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해야 한다”며 “정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알뜰폰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 알뜰폰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