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나는 차' UAM 개발의 성공 조건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최초의 기술, 최고의 기술이면 비즈니스는 성공하는가. 때로는 수십, 수백 배의 대가를 보상받는 게 연구개발(R&D)의 매력이지만 가능성이 늘 문제다. 새로운 기술로 시장에 뛰어드는 벤처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대부분 5%를 밑돈다. 도전이 길어지면 R&D가 마케팅과는 다른 영역이라는 걸 더 실감한다.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돈이 되는 사업일수록 경쟁자도 그만큼 몰리고, 신사업 쟁탈전에선 이니셔티브를 쥐는 쪽이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한다. 산업 초기에 주도권 경쟁이 더 치열한 이유다.

지금 항공교통에는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이 진행 중이다. 드론의 등장으로 하늘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자동차와 항공의 융합이 글로벌 트랜드를 형성한 것이다. 중심에는 도심형 항공 UAM이 있다. '하늘을 나는 차'가 도심의 교통체증과 환경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보기술(IT) 업계, 자동차와 항공기 제작사, 통신사업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공상과학에서 보던 UAM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이다. 신개념의 서비스사업을 공개한 우버를 시작으로 구글과 테슬라, 보잉과 에어버스, 토요타 등이 먼저 나섰다. 국내에선 현대와 한화, SK와 대한항공, 카카오까지 속속 UAM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UAM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게 배경이다. 최근 컨설팅그룹 모건스탠리는 이 시장이 연평균 30%씩 성장해 2040년엔 1조5000억달러(약 18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전기차의 성장률 18.9%를 훨씬 앞선다.

“하늘을 나는 택시가 도심의 시간과 공간, 이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비행을 시연한 국토교통부는 2025년이면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낙관했다. 'UAM 팀 코리아'도 짰다. 현대차와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대학과 유관 부처, 의욕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까지 47개 기관이 참여하는 산·관·학 드림팀이다. 지난 연말 구성을 마무리한 이 팀은 앞으로 특별법 제정과 전용 하늘길 구축, 인프라 가이드라인 등 상용화를 위한 정책을 하나씩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위대한 도전'(Grand Challenge), 꿈같은 이 도전은 실현되고 성공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조건만 전제된다면 승산은 낙관적이다.

기체 개발과 운용기술 두 가지가 핵심인 항공교통은 제작자와 운영자, 인프라 제공자 모두의 기술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기체 개발 부문은 미국, 이스라엘,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완전 자율비행이 가능한 중고도무인기를 개발해서 양산에 들어갈 정도로 업계는 핵심 역량을 확보했다. 전기차 개발에서 축적된 배터리도 탑승 규모와 운항 거리에서 유리하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체공시간이 늘어나 도시 간 이동도 가능해진다. 운항기술 부문 역시 잠재력은 풍부하다. 간격과 고도를 분리하는 현재의 운항 통제와는 달리 다수의 비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제어기술이 핵심이다. IT 강국의 개발 잠재력은 비행계획과 운항, 장기적으론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되는 에어택시를 실현할 기술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축적된 원천기술과 글로벌 제휴, 산·학·연 협업의 역동성은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우리 업계의 강점이다.

문제는 잠재력이 발휘될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우선 기체와 부품의 국제적 인증을 위한 R&D의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시급하다. 최고의 기술이라도 국제적 인증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국제표준이 중요하고 정책에는 컨트롤타워가 분명해야 하는 이유다. 신개념 교통에 대해 법·제도를 정비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하고, 특히 불확실성이 높아 산업계가 주저하는 R&D 부문에는 지원이 필요하다. 모두 정부가 서둘러 마련할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국가적 도전'(National Challenge)을 표방한 미국의 연방항공청(FAA)은 이미 UAM을 도심 간 교통으로 진화시킨 UAM의 새로운 버전 AAM(Advanced Air Mobility)에 항공우주국(NASA)까지 참여시켰다. 멍석을 까는 건 정부 역할이다. 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승부가 날 이 위대한 도전은 널려 있는 구슬을 꿰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hyhur@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