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산업구조 대전환, 탄소중립 실현에 길이 있다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후 첫 번째 일정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최강 정보기술(IT) 국가의 대통령과 웨이퍼에 서명하면서 반도체 동맹을 맺었다. 현대 자동차의 전기차공장도 방문했다. 2차 산업혁명의 꽃인 자동차와 이른바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가 결합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혁명 시대를 열어 가고 있는 지금 한국의 위상이 새삼 돋보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던 비대면 시대에 반도체, 자동차, 정유, 무선통신, 디스플레이, 가전 등 한국의 중화학공업과 첨단 IT 제품은 세계 시장을 누볐다. 또한 K-방역으로 주목받으면서 코로나 진단 키트 등 한국의 바이오헬스도 세계 시장에서 선전했다.

2021년의 무역 규모는 한국 사상 최고였으며, 세계 무역 순위 8위를 기록했다. 인구 3000만명 이상 국가의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2021년에는 7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어느덧 G7 국가에 다가갔다.

세계는 한국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한국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경제 강국으로서 해야 할 약속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국내외에서 새롭게 정비해야 할 국제적인 기준과 규범도 많이 대두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 규모만 크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규모도 비슷한 순위로 성장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해마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IPCC)에 보고하는 인벤토리 보고 양식이 2019년부터 개편됐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의 산업 공정을 비롯해 특히 전기를 사용하는 간접 배출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세부적으로 산출해서 제출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산업 성장이라는 열매는 거두면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책임에는 미온적인 제조업 강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과학적인 감시체계가 작동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조차도 국제사회에서는 '매우 미흡'으로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은 탄소 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조국가에서 탄소배출 비용을 내지 않고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탄소 부과금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시도다. 이는 기업 제품에 탄소 다배출 책임을 묻겠다는 규제제도이다. 미국도 유사한 제도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는 세계적 규모로의 확대가 전망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은 국제사회에서 투자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단서 조항의 하나인 제품 판매 제약으로 앞으로 더욱 확산해서 새로운 규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 지급할 탄소배출 부과금이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국에서의 저탄소 생산 체제 구축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이며, 가장 지속 가능한 투자일 것이다.

최근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책 과제는 감염병 방역, 고용 창출, 탄소중립이다. 한국은 이제 새로운 대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은 산업 성장 시기에 정부 주도의 하향식 산업육성계획에 따라 해외 기술과 투자를 활용해서 지역에는 생산공장을 운영하면서 중앙집중형 성장을 이뤘다. 에너지 생산 수단이 다양화되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에너지 공급도 분산되고 있다. 세계는 점점 다양화된 분산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지구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탄소중립 후발국으로서 제조업과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은 앞으로 강도가 더 높아질 저탄소 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탄소가 배출되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으로 업그레이드된 한국은 이제 해외에서의 기술 도입은 어렵다.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와 생산 구조 혁신, 소재 혁신, 공정 혁신 등을 통해 시대적 요구에 따라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성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맨 앞에 서서 길을 헤쳐 나가는 개척자가 필요하다. 현장에서의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성장 기반을 확장하는 경영 대전환도 필요하다.

산업구조 대전환을 뒷받침할 인력 양성의 혁신과 고용 재배치 등 한국의 당면 과제는 더욱 어렵고 쌓였다. 탄소중립은 한국이 산업 대전환을 이뤄낼 절호의 기회이다. 중앙주도형 장치산업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혁신성장이 필요한 현장의 다양한 특성에 따라 산업 셔플링을 통해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할 기회이기도 하다.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가 한국을 새로운 선진국으로 전환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전 정보과학기술보좌관) plpm@sun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