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36>마지막 1마일에 담긴 혁신

기승전결. 어느 사전에서는 이것을 두고 시구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기란 시작이고, 승은 기를 받아 전개함이고, 전은 뜻을 돌려 전환하는 것이고, 이렇게 이른 결은 화자의 뜻한 바를 그제야 내놓은 것이 된다.

물론 이런 전개 구조가 시구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논리에 따르는 글이라면 무엇이든 이 모양을 갖추기 마련이다. 물론 기와 승이 얼마나 기운을 고조시키고, 전개를 위한 복선을 숨겨서 깔아내는지는 글쓴이의 재능과 재기가 만들어 내는 감칠맛이 될 것이다.

혁신엔 수많은 주제어가 있다. 한때 이것 없이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처럼 성행하지만 곧 자리를 내주고 몸을 감추기도 한다.

요즘 뜨는 주제어 가운데 하나는 분명 '디지털'이다. 무슨 주제로 시작하든 '기승전'에서 이것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왜 이것이어야 하는지는 디지털이 업(業)이 아니라 해(解)가 되려면 이것부터 따져봐야 할 텐데도 대개 빼놓은 채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개가 있다. 고객이 다른 만큼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상식은 소프트웨어나 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이것 뒤엔 이것을 관통하는 뭔가가 있는 법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고객을 향한 '마지막 1마일'이란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디오 대여점을 한번 떠올려 보자. 이 비즈니스는 '기승전 비디오테이프'를 고객의 손에 넘기는 것이다. 그러니 고객의 접근과 선택의 편의성을 생각해야 한다. 대형 매장에 큰 주차장을 완비하는 것은 필수로 여겨졌다. 퇴근길 고객이 매장 앞에 주차해서 영화 테이프를 선택하고 계산대에 서면 직원은 재고를 확인하고 회원권을 받아서 스캔한 후 테이프와 함께 돌려준다. 이것이 원래의 마지막 1마일에 대한 해법이었다.

넷플릭스는 이 마지막 1마일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떠올렸다. 바로 우편을 통해 DVD를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매장도 없이 고객 주문을 받고, 고객의 손에 DVD를 쥐어 줄 방법이다.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소프트웨어 디버깅 툴을 개발하는 퓨어소프트웨어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디지털로 한 걸음 떼는데 꽤 준비된 셈이었다. 거기다 무게가 꽤 나가던 비디오테이프는 DVD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몇 번 DVD를 우편으로 배송해 보니 구겨지는 법 없이 잘 배달됐다. 우리가 모두 아는 그의 다음 제안도 사실 이 마지막 1마일에 대한 대안이었다. 집으로 연결된 디지털 통신망이었고, 우리는 이걸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라고 부른다.

많은 이가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 얘기를 나름의 논리로 펼친다. 하지만 누군가의 시각에서 이건 마지막 1마일에 관한 수많은 진보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어느 가전사의 최신 매장이 있다. 위층엔 서비스센터와 매장, 1층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이 전시되어 있다.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 고객의 태반은 매장 한 구석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이다. 아마 이곳의 기획자는 새로운 콘셉트의 마지막 1마일을 떠올렸겠지만 이곳 서비스 태블릿의 인터넷은 버벅거렸고, 안내직원의 태반은 자신의 핸드폰에 매달려 있었다.
당신은 디지털을 생각하나. '기승전 디지털'이란 선택이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자칫 업(일거리)이 되지 않으려면 저간에 통용되는 원리부터 한번 따져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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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