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저전력 AI 반도체로 글로벌 시장 선도"

국내 메모리 초격차 활용, 2030년 내 고도화 계획
통신시장 과점 구조에 대한 변화와 혁신욕구 빗발
제 4이통사 출범을 위해 여러 사업자와 접촉 중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진짜 열심히 키워야 합니다. 정말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야 합니다. AI 일상화 시대에 대비한 범정부 디지털인재 100만 양성,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등 디지털 시대 주도권을 향한 준비도 탄탄하게 해나가겠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차분하게 장기전을 준비하는 전략가다. 반도체 분야 세계적 학자로서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다. 지금은 AI, 클라우드 등 디지털 산업에서 써나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반도체 질문이 나왔을 때 그의 눈은 가장 빛났다. 웃음을 머금고 있지만, 목숨을 걸고서라도 AI반도체를 해야 한다고 할 때에는 사뭇 비장하다.

이 장관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촉발하는 세계적인 데이터·연산능력 폭증 속에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전력 AI반도체 외에는 답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질문을 마쳤는데도 조금더 이야기를 하겠다며 대화를 이어 간다. 그는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을 병행 추진해 개발 속도를 앞당기고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내 대기업과 중소·스타트업이 AI반도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외 수출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범정부 AI인재 100만 양성을 준비하고, AI와 디지털이 국민 생활 곳곳에 스며드는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세계 최고 디지털 강국 초석을 우직하게 닦고 있다. 통신비 문제에 대해서는 통신사의 디지털 인프라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국민 어려움을 고려해 조금만 양보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유체이탈' 상태로 있었다고 웃었다. 정부 출범 2년차인 올해에는 그간 정책 청사진을 토대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저전력 AI 반도체로 글로벌 시장 선도"

대담=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5월 11일이면 취임 1주년이다. 소회는

▲부처 직원들 덕분에 빠르게 업무에 안착할 수 있었다. 우리 미래 먹거리 근간인 과학기술과 디지털 분야에 대해 매일같이 고민하고 있다. 선보일 것들이 많다. 그간 발표한 것도 있고 아직 발표는 안 했지만 계획 중인 것들도 있다.

우리는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혁신과 함께 저성장, 저출산·고령화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시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생산성 없는 국가로 뒤처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올해는 과학기술 강국과 디지털 모범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어 나가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또 국민 누구나 디지털이 주는 기회와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분야 최고 규범인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들고 디지털 신질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를 인공지능 일상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기업과 국민이 인공지능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방안은

▲이번 달 AI 진흥과 관련한 정책방향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다. 챗GPT 열풍으로 특히 '생성형 AI'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AI 일상화를 통해 국민과 함께 디지털 혜택을 공유하고 AI 활용을 확산하고자 한다.

특히 취약계층을 보살피고 민생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상용 AI를 국민 생활 곳곳에 확산하는 '전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를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독거노인 AI돌봄로봇, 소상공인 AI콜센터 등을 선보이려고 한다. 공공·행정 영역에도 AI 접목을 확대한다. 의료·제조 등 주요 산업분야에도 AI 솔루션 적용을 지원하고자 한다.

최근 진행한 초거대AI 전문가 간담회,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등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

-반도체 전문성과 연계한 AI 반도체 전략이 궁금하다

▲최근 데이터 폭증 및 AI 활용 확산으로 클라우드 성능을 좌우하는 데이터센터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학습하고 추론하고, 또 질문에 답하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반도체 칩들이 작동해야 한다.

AI를 전문분야별로 다 운영하면 지구온난화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 등 선도국가가 고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저전력으로 운영 가능한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기술과 관련된 노력의 양과 속도가 엄청나다.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불리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를 아주 잘하고 있다. 이를 십분 활용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자 한다. 2030년까지 AI 반도체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클라우드 기반 AI서비스를 실증함으로써 국산 AI 반도체 레퍼런스 확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1단계 NPU에서부터 2단계 D램 기반 저전력 지능형반도체, 3단계로는 NVM 기반 극저전력 지능형 반도체를 구상 중이다. 올해 1단계로 국산 NPU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반도체 칩과 함께 이를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한국에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극소수인데 모두 개인적으로 만나면서 지원을 부탁하려고 한다. 올해 가용 가능한 예산을 지원하고 신규 사업 예비타당성 심사도 하반기 신청할 계획이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5G 28㎓로 촉발된 제4 이동통신사 탄생 가능성과 5G요금제 다양화, 알뜰폰 시장 확대 등으로 통신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바람직한 통신시장 미래상은 무엇인가

▲통신서비스는 국민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재다. 5G 등 통신 인프라는 다른 산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며 우리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다. 하지만 과점적 시장구조가 지속되면서 변화와 혁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신규 사업자 진출을 지원하고자 주파수 이용개선이나 초기 망 구축 투자 비용절감,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제 4이동통신사업자 탄생을 위해서는 여러 사업자와 접촉 중이다. 무엇보다 제 4이통 목적은 공정한 경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통신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 사업이 나올 수 있다. 국내 사업자가 28㎓ 대역과 알뜰폰을 하이브리드 타입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들이 통신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자에 요금 등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물론 통신사가 민간기업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맞다.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국민에게도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현재는 그 최적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달라. 특히 이 이슈는 대통령이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어 과기정통부는 오히려 힘이 된다.

무조건 요금을 깎으라는 이야기라기보다 국민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대신 과기정통부는 통신사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겠다. 이를 통해 통신사가 비용 부담을 덜고 그 이익을 국민에 돌려줬으면 한다

-정부는 글로벌 디지털 모범국가 도약과 디지털 신질서 정립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은.

▲디지털 모범국가로서 글로벌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그 성과를 세계 시민, 개도국 국민들에게 확산하고자 한다. 디지털이 인간 자유를 확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디지털 혜택을 누구나 공정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디지털 심화에 따른 갈등과 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뉴욕구상 때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에도 포함돼 있다.

현재 이같은 기조를 UN, B20, OECD, 다보스, 한-아세안 등 주요 글로벌 회의체를 통해 공유하며 글로벌 어젠다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등 주요국이 우리 디지털 정책과 디지털 신질서 정립 등 혁신 방향성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와 디지털 분야 협력 확대를 희망하는 곳들도 많다.

21일부터 진행되는 과기정통부-세계은행 공동 주최 '코리아 디지털 데이즈(Korea Digital Days)'도 성과 중 하나다. 국제사회에 한국 정책성과를 널리 공유하고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신질서 정립에 대한 논의를 선도하겠다.

-미국과 진행 중인 디지털 협력 분야는

▲미국과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과 관련해 지속 논의하고 있다. 오픈랜은 무선망 구성요소 중 하드웨어(HW) 기지국 장비와 소프트웨어(SW) 운용체계를 분리해 구축하도록 개방형 표준을 도입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 트렌드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넘어 6G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만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려고 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이 사이버 보안 분야 선도국가인 만큼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다양한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6G 등 차세대 네트워크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기정통부 정책 방향은.

▲디지털 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네트워크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과 치열한 논의 끝에 'K-Network 2030 전략'을 수립했다. 차세대 네트워크 혁신을 위해 그동안 원천기술 중심으로 추진해 왔던 6G 연구개발에 더해 6253억원 규모 상용화 기술개발을 내실 있게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2026년에는 주요국 통신사, 제조사, 표준전문가, 장관급 관계자를 초청해 6G 연구성과를 모아 시연하는 '6G 비전 페스트'를 개최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취약한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오픈랜 장비 산업의 성장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소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집중 육성해 현재 5개에 불과한 글로벌 강소기업을 2030년까지는 20개로 확대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저전력 AI 반도체로 글로벌 시장 선도"

-과학기술 발전과 디지털 전략 추진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역량 있는 디지털 인재 확보는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다. 지난해 발표했던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에 따라 정책을 추진 중이다. AI·SW 등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이 목표다.

특히 민·관 협력 강화를 통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실전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업이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참여, 협력하는 민간 주도형 교육과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 참여를 통해 인재 발굴부터 육성, 채용까지 이뤄지도록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를 확산시키겠다. 현재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에는 디지털 선도기업, SW전문기업 등 약 280개 기업이 가입한 상태다. 기업 수요가 높은 AI, 메타버스 등 분야 대학원과 SW중심 대학 확대를 통해 고급인재 양성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후속 교육과정 연계 등을 통해 우수 디지털 인재 성장을 지원하는 '재능 사다리'도 도입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가 만든 인재양성 방안을 타 부처에도 전파하고 있다. 타 부처와 인재 육성 체계와 수준을 맞추려고 한다. 그래서 이용자가 부처와 부처를 연결해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필요한 교육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1966년생으로 경남 합천 출신이다. 경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및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마이크로시스템 기술연구소에서 일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인 '벌크 핀펫(FinFET)' 기술을 개발하며 세계적 반도체 연구 권위자로 인정받게 됐다. 이 기술은 현재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의 핵심 표준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경북대와 원광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2016년에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에 선임됐으며 2018년부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냈다.

정리=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사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