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연내 EUV 노광기 8대 도입…차세대 메모리 공략

2조 투입…장비 예산 40% 달해
EUV 노광 능력 2배 이상 증가
모바일·AI 겨냥 5세대 D램 전환

SK하이닉스 이천 정문
SK하이닉스 이천 정문

SK하이닉스가 올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대거 구축한다. 총 2조원을 들여 연내 EUV 노광기 8대를 반입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EUV 노광기는 반도체 초미세 회로 구현에 필수인 장비다. 이번 EUV 도입은 차세대 메모리를 겨냥한 투자로, 선단공정 전환에 따른 시장 영향력 확대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EUV 노광기 8대를 신규 도입할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2021년 처음 EUV를 설치한 이후 지금까지 5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보다 1.6배 많은 8대를 2024년 한해에 도입할 계획이다. 장비 도입이 완료되면 SK하이닉스의 EUV 보유 대수는 13대로 늘어, EUV 노광능력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EUV 장비 도입에는 약 2조원이 쓰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계획한 반도체장비투자(WFE) 예산 5조3000억원 중 40%에 가까운 금액이 EUV 노광기에 집중 투입되는 것이다.

ASML EUV 노광기
ASML EUV 노광기

SK하이닉스가 EUV 장비 도입에 힘을 싣는 건 선단공정, 즉 최신의 반도체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EUV 노광기는 D램 기준, 4세대(1a) 제품부터 꼭 필요하다.

미세 회로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4세대 D램(1a)에서는 1개 공정에, 5세대 D램(1b)에서는 4개 공정에 EUV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중인 6세대(1c) D램은 6개로 늘어난다.

D램이 발전할 수록 EUV 적용 수가 늘어나는데, SK하이닉스는 이같은 공정 증가에 따라 EUV 장비 확충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5세대 D램(1b)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 D램 중 가장 선단 공정인 10나노급 5세대(1b)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DDR5를 인텔에 제공해 검증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회사는 이 최선단 공정을 LPDDR5T, HBM3E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바일과 인공지능(AI) 시장을 노리고 공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PDDR5T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에 쓰이는 메모리다. HBM3E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반도체로 쓰이는 메모리다. HBM3E는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하는 AI 반도체 'H200' 'B100'에 적용될 예정으로, 현재 엔디비아 양산 승인을 받는 중이다.

SK하이닉스가 공들이는 EUV는 D램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중국 우시공장의 4세대 D램 공정 전환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내 EUV 노광기 반입이 제한되자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항공편으로 웨이퍼를 국내로 이송, 필요한 EUV 공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EUV 도입 계획과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회사 설비투자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