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美 약가인하·관세 영향 無…오히려 기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약가인하 정책에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 내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 현지 생산시설 구축 등 투자 방안은 연내 확정키로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정책 변화에 대한 회사 대응방안 등을 공유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인하 행정명령, 관세부과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인하 행정명령, 관세부과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 회장은 미국의 의약품 관련 정책이 셀트리온은 물론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 기업에는 '트럼프 리스크' 실체가 없음에도 투자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 의약품을 직접 수출하는 기업은 사실상 셀트리온 뿐인데 우리나라 주요 제약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가 위축되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셀트리온 역시 2026년까지는 미국 의약품 관련 정책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2주 안에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지난 12일 미국인이 처방약에 지불하는 가격을 다른 국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약가 인하 압박으로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셀트리온이 부정적 영향이 없을 거라고 자신하는 것은 이번 행정명령이 자신들을 겨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명령이 의약품 가격 상승 원인인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구조와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겨냥한 만큼 오히려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 회장은 “우선 미국에서 판매 중인 셀트리온 제품 가운데 유럽보다 비싸게 가격이 책정된 건 없다”면서 “지금도 더 이상 낮추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격이 낮은데, 우리가 영향받을 요인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주력 바이오시밀러는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화이자, 테바 등 파트너들이 부담해야 할 요소”라며 “생산설비 역시 미국에서 완제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위탁생산(CMO)계약이 체결된 상태며, 원료의약품도 미국으로 생산 사이트를 옮길 수 있는 게약까지 마련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과 더불어 의약품 허가 간소화 정책까지 추진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 회장은 “2033년까지 12개 바이오시밀러를 추가하고, 2038년에는 18개를 추가해 총 40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임상 신약 역시 2029년 첫 출시를 목표로 2035년까지 총 13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관세 등 다양한 정책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올 연말까지 상황을 주시해 방향을 제시하겠다”면서 “필요시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