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시중은행 '생성형 AI' 도입 빗장푼다...'망분리 규제' 전면 재검토

[사진=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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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을 위해 13년간 고수해온 '물리적 망분리' 원칙을 깨고, '한국은행식 논리적 망분리' 체계를 민간 금융권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규제 패러다임을 '차단'에서 '활용'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데이터 정책과 보안 규제를 총괄하는 디지털금융정책관(디지털국) 주도로 생성형 AI 활용을 저해하는 금융 규제 전반을 원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I를 쓰고자 하는 금융권(시중은행)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이슈를 다 들여다보고 있다”며 “국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얽힌 규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망분리 규제 완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태세 전환은 최근 한국은행의 파격 행보가 결정적인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1일 국정원의 '다층보안체계(MLS)'를 적용, 업무 데이터를 기밀(C)·민감(S)·공개(O) 등급으로 분류하고 공개 데이터에 대해서는 내부망에서도 AI 활용을 허용하는 '논리적 망분리'를 구현했다. 한은의 논리적 망분리는 △데이터 등급 태깅 △접근 권한 분리 △외부 AI 호출 통제 △행위 로그 전면 기록을 결합한 구조다.

가장 보수적인 중앙은행이 '데이터 중심 보안'으로 AI 도입에 성공하자, 시중은행 안팎에서는 물리적 망분리를 고수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데이터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내부망과 외부망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규제 탓에 AI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물리적 망분리는 실시간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반으로 진화하는 생성형 AI 구조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실제로 본지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은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 챗GPT, 슬랙 등을 내부망에서 쓰기 위해 반복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IT 담당자는 “보안 아키텍처는 그대로 둔 채 특정 프로그램 하나를 쓸 때마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규제 승인을 기다리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물리적 망분리' 원칙을 완화하고 데이터 중요도에 따른 '논리적 망분리'를 허용할 경우, 이러한 비효율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 완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금융 AI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와 함께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망분리 규제: 현행 vs 개선 검토안(한국은행 모델) - [자료: 취재 종합]
금융권 망분리 규제: 현행 vs 개선 검토안(한국은행 모델) - [자료: 취재 종합]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