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사태 여파로 원유·납사(나프타) 등 에너지 원자재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여야가 잇따라 업계 간담회를 열고 대응 마련에 나섰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으로 생산 차질 현실화를 호소했고, 여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대응책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9일 국회에서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를 열고 현장 애로를 청취했다. 간담회에는 LG화학·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여천NCC 등 주요 기업과 중소기업 단체, 관계 부처가 참석했다.
업계는 납사 공급난을 심각한 위기로 지목했다. 여천NC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전체 물량의 상당 부분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동률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납사 가격도 전쟁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물량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틸렌 등 기초소재 생산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외부에서 에틸렌을 공급받는 구조상 원료 확보가 막히면서 전쟁 발생 이틀 만에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업계 전반에서는 납기 지연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이미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중동 리스크가 겹치며 위기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납사 등 핵심 원자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비축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을지로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기존 정상가로 수입된 원유로 납사, 합성수지를 만들고 있는데, 이 시점에 관련 가격이 오르는 게 부당하단 얘기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있는 것 같다”며 “향후 대기업과의 간담회를 따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정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점검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되며 4차 오일쇼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낙관적 기대에 의존하기보다 냉정한 상황 인식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석유협회와 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S-OIL 등 정유 업계는 비축유 방출 시기와 규모의 명확한 제시,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운임 지원 확대, 유류세·관세 납부 유예,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 면제 등을 건의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내 비축유가 약 두 달 사용량 수준에 그치고, 추가 확보 물량도 단기 대응에 불과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 기간이 통상 20~30일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실제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정부가 빨리 결정해야 기업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만큼 정부에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겠다”며 “세제 관련 부분은 제가 조세위원장이니 다음 주라도 재경위에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