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미래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주요 역량으로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을 꼽았다. 특히 전력과 신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광(光) 모듈을 활용하는 '실리콘포토닉스(CPO)'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2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KMEPS) 2026 정기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CPO는 기존 구리 배선 방식이 갖는 전력 소모와 사이즈 관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TSMC의 CoWoS와 같은 SiP(시스템 인 패키지) 내 기판(Substrate) 위에 광 모듈을 직접 실장하는 형태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업계에서 매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광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은 “CPO는 레이저 소스, 포토 다이오드, 모듈레이터 등 서로 다른 공정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을 하나로 이어 붙여야 하므로 패키지가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초정밀 얼라인(정렬) 기술과 열을 가해 접합하는 리플로우(Reflow) 공정 기술이 필수적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장비 및 소재 업체들에게는 향후 매우 큰 사업적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AI 학습·추론 수요 폭증으로 GPU 클러스터 간 데이터 전송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구리 기반 전기 신호 방식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CPO는 광학 엔진(Optical Engine)을 GPU나 스위치 칩과 동일 패키지 안에 함께 실장해 전기 신호를 최소화하고 빛으로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전력 소비를 30~50% 이상 줄이고 대역폭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SMC는 이미 CoWoS 기반 첨단 패키징 역량을 활용해 광 모듈을 기판 위에 정밀 실장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진 중이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플랫폼에서도 CPO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두 전문가는 CPO 구현에서 패키징 기술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서로 다른 공정(실리콘 포토닉스, 레이저, 모듈레이터 등)에서 나온 부품을 수 마이크로미터(μm) 수준으로 정렬하고 접합해야 하는 만큼, 초미세 본딩 피치, 정밀 얼라인, 리플로우 호환성, 언더필 소재 등이 기술 난이도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최광성 본부장은 “TSMC는 이미 자사 패키지 플랫폼에 광학 모듈을 통합해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이들 생태게에 진입하기 매우 어렵다”며 “국내에서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차별화된 플랫폼 기술(마이크로 LED 기반 광통신 패키징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