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 수송 차질과 고유가 여파로 경기 하방 위험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6월 경제동향을 8일 발표했다.
KDI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가운데 수출과 설비투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3.5% 늘었고, 광공업 생산도 반도체 생산이 13.0%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반면 건설업 생산은 5.5% 감소하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소비도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4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6% 증가했다. 전월(5.0%)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3개월 이동평균 기준 상승세는 지속됐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6.1로 전월(99.2)보다 크게 반등했다. KDI는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등이 향후 소비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가 견인했다. 4월 설비투자는 8.1% 증가했다. 반도체제조용장비 투자는 41.1% 급증했고, 5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도 54.9% 늘었다. 일반산업용기계와 전기·전자기기 투자도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부진이 이어졌다. 4월 건설기성은 5.5% 감소했다. 건축 부문은 6.4%, 토목 부문은 2.8% 각각 줄었다. 고유가에 따른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기성 디플레이터는 4.6%까지 상승했다. KDI는 착공 지연과 공사기간 장기화가 향후 건설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ICT 품목이 이끌었다. 5월 수출은 53.2% 증가했다. 일평균 기준 반도체 수출은 182.5%, 컴퓨터 수출은 309.8% 급증했다. 미국(66.9%)과 중국(89.7%) 수출도 크게 늘었다. 반면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영향으로 3.2% 감소했다. 같은 달 무역수지는 26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KDI는 중동 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일부 산업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공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이 20.5% 감소했고 석유제품 수출물량도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1%로 확대됐으며 생산비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KDI는 “원유 수송 차질이 지속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대외 통상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