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여야의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논의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조직 운영 체계와 책임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선관위가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다, 보고 체계와 지휘 체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조직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상임위원 수를 늘려 상시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대법관이 겸임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을 상임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선관위원장을 현행 비상임직에서 상임·책임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 직원들의 인사·교육·훈련 체계를 정비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선관위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선관위에 감사관을 두고 매년 감사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선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한동훈 의원도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강도 높은 개혁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선관위를 비상설 기구로 전환하거나 행정안전부 산하로 이관해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관위 개혁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개헌 여부가 될 전망이다. 선관위는 헌법에 설치 근거와 구성 방식이 명시된 독립 헌법기관이다. 헌법은 중앙선관위원을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 또는 선출하는 방식으로 총 9명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선관위원의 신분도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원 정수를 조정하거나 파면 사유를 확대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하려면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 기능 확대 역시 개헌과 연결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중앙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선관위의 독립성을 헌법상 보장된 가치로 인정한 바 있다.
여야 모두 개헌 논의 자체에는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개혁 방향을 둘러싼 시각차는 적지 않다. 민주당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조직 해체 수준의 전면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선관위) 해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국민의 견해”라며 “개헌 논의와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여야 개혁 논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송기헌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으며, 오는 16일 2차 회의와 17일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도 선관위 제도 개선을 위한 TF 구성을 추진 중이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