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의학회, 의료계 '검체판단료' 신설 요구에 우려 표명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비롯한 진단검사 전문가들이 최근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과정에서 병의원 배분율 확대를 요구하는 데 대해 “현재의 불합리한 수익 구조를 합법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시도”라면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6일 의협이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검체검사 수가 개편 시 위탁기관 손실이 심각하다며, 이를 보전하기 위해 최소 58% 이상의 배분율 보장과 '검체판단료'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수탁기관의 검체 변경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위탁관리료를 폐지하고, 위탁기관의 진단검사 업무를 7단계로 나누고 위험도를 평가해 수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진단검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료계 요구가 현재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외면한 채 위탁기관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현재 검체검사의 원가보상률은 190% 수준으로 알려졌다. 보상률이 현저히 높지만, 병의원 등 위탁기관은 인력·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자체검사 대신 대부분을 외부 전문 수탁기관에 맡기고 있다. 위탁기관은 직접 검사를 수행하지 않음에도, 수탁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높은 '할인율'로 차익을 얻었다고 진단검사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기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비정상적인 차익을 검체판단료 같이 제도적인 수익으로 보장해 달라는 것은 직접 수행하지 않은 의료 행위에 대한 과잉 보상을 정당화해달라는 모순된 요구”라면서 “위탁기관에 대한 과도한 배분은 불필요한 검사 증가를 유도해 결국 의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 중인 25~30% 수준의 위탁기관 배분율에 시범가산을 더하는 방안 역시 심각한 구조적 부작용을 낳는다고 호소한다. 위탁기관 입장에서 외부로 검체를 보내기만 해도 수가의 반에 달하는 수익이 보장되면, 의료기관이 굳이 비용과 수고를 들여 자체검사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장이 현실화되면 결국 일선 의료기관이 점점 자체검사 역량을 포기하고 전면 수탁으로 전환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진단검사 생태계의 기본 구조마저 훼손될 것”이라면서 “위탁기관 배분 비율은 진단검사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현행 논의 수준보다 하향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의 할인율 폐지와 수가 개편이 예견되자, 향후 경영 악화를 우려한 위탁기관이 유례없는 수준의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는 검사 의뢰 측의 최저 입찰 시행으로 수탁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큰 폭의 출혈 경쟁이 강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검체 뒤바뀜 사고 등 과거의 뼈아픈 경험으로 시작된 이번 제도 개편 핵심은 '환자 편의와 진단검사의 정확성·질 향상'에 있다”면서 “정부는 일부 직역의 경제적 논리를 중시하기보다는 검사를 실제 수행하고 질 관리를 책임지는 주체에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배분율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