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폐기물 처리시설을 증설하면서 전체 처리용량은 유지한 채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재활용시설의 처리능력이 일정 규모 이상 증가했다면 전체 처리용량 증가 여부와 관계없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판결이다. 업계와 일부 행정기관이 적용해온 해석과 배치돼, 향후 폐기물 처리시설 인허가 체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1일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방법원이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폐기물 재활용업체와 실질 운영자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약식명령 벌금액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사건의 쟁점은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 증설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였다.
회사는 화성시 소재 음식물류 폐기물 재활용시설 운영 과정에서 파쇄시설, 건조시설, 분쇄시설, 선별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증설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처리능력이 환경영향평가 대상 규모의 15% 이상 증가했음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각 시설을 증설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폐기물 처리시설의 하루 처리용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라며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초 공정인 보관시설 처리능력이 늘지 않은 만큼 전체 시설 처리용량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법과 폐기물관리법을 종합적으로 해석한 결과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 가운데 중간처분시설 또는 재활용시설의 처리능력이 환경영향평가 대상 규모의 15% 이상 증가하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판결문은 “파쇄시설, 건조시설, 분쇄시설, 선별시설은 각각 재활용시설에 해당한다”며 “각 재활용시설의 1일 처리용량이 15톤 이상 증가하는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청명이 파쇄시설 55㎾ 1기를 증설해 처리용량을 시간당 5~15톤 늘리고, 건조시설 40.7㎡ 2기 증설로 하루 처리용량을 100톤 증가시켰다고 판단했다. 또 분쇄시설 37.5㎾ 7기와 선별시설 2.2㎾ 3기를 추가 설치하면서 각각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초과하는 처리능력 증가가 발생했다고 봤다.
피고인 측은 전체 처리용량에 변동이 없으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일 처리용량에 변동이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이번 사건처럼 개별 시설의 처리능력이 증가한 경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전체 시설의 허가증상 처리용량이 증가하는지를 기준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를 판단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개별 재활용시설의 처리능력 증가 자체를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그동안 일부 사업장에서 전체 처리용량 증가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방식이 사실상 편법으로 활용돼 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은 이에 제동을 걸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개별 시설의 처리능력 증가만으로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업계의 인허가 전략과 관리·감독 체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