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도 강입니다. 이제는 4대강이 아니라 5대강 체계로 관리해야 합니다.”
17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섬진강 222㎞ 물길 현장 방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섬진강'이었다. 전북 남원에서 전남 광양까지 이어진 이날 일정은 홍수와 가뭄, 습지와 생태계, 제첩과 기수역 문제를 직접 확인하며 섬진강을 국가 물관리 체계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었다.
섬진강은 국가하천 관리구간만 173㎞에 이른다. 영산강보다 길고 유역 면적도 넓다. 그런데 홍수예보는 영산강홍수통제소가 담당하고, 현장 조직은 직원 6명의 출장소가 전부였다.
“영산강보다 길고 유역 면적도 큰데 왜 아직도 출장소 체계로 관리하나.” 김 장관의 이 질문은 현장 방문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였다. 김 장관은 “섬진강 주민들은 왜 우리는 제대로 강 대접을 받지 못하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섬진강도 강답게 국가가 책임 있게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 강 체계를 현재의 4대강 체계에서 5대강 체계로 바꾸고, 섬진강유역청을 별도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북과 전남, 경남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의제화된 만큼 너무 길게 끌지 않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생각”이라며 “정부 차원의 검토가 마무리되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입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원과 곡성, 광양, 하동 등 섬진강 유역 지자체들은 유역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환경청 하나가 지역 위상은 물론 관련 예산과 조직, 정책 결정권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전남 곡성 침실습지도 방문했다. 이곳은 섬진강과 요천이 만나는 구간에 형성된 대표적인 내륙 습지다. 수달과 삵,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800여 종의 생물이 살아간다. 섬진강은 국내 5대 강 가운데 유일하게 하굿둑으로 막히지 않은 자연형 하구를 유지하고 있다. 강물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재첩과 참게, 숭어가 살아가는 기수생태계도 남아 있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합류부도 둘러봤다. 큰 비가 내리면 보성강 물이 강하게 밀려오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곳이다. 지역 관계자들은 압록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량과 수질, 생태와 홍수 관리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섬진강 유역의 핵심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섬진강 하류 주민들의 물 배분 문제도 숙제다. 섬진강댐 물 대부분이 동진강 수계 농업용수로 공급되면서 정작 하류 지역은 갈수기마다 유량 부족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하류 주민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김 장관은 “현재 하루 평균 100만톤 정도가 전북 쪽으로 공급되고, 하류로 내려오는 물은 17만톤 수준이다. 원칙적으로는 하류로 물을 더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 5대강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첫 번째 사진전은 섬진강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라며 섬진강의 위상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