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사가 PC·콘솔 패키지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불법 복제가 다시 산업 성장의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크랙 버전'이 유입돼 국내 유료 패키지게임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전자신문 취재 결과 일부 국내 웹하드와 해외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주요 국산 PC·콘솔 대작 게임의 불법 복제 파일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펄어비스 '붉은사막',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네오위즈 'P의 거짓' 등 국내 주요 게임사의 패키지 게임이 대상이다. 해외 불법 공유 사이트에 게시된 크랙 버전이 국내 웹하드로 옮겨져 포인트나 이용권 등을 통해 사실상 영리 목적으로 판매되는 양상이다.
특히 정식 업데이트 이후 1~2주 시차를 두고 불법 공유 파일에도 최신 버전이 적용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사이트에서 공유되는 게임 설치 및 실행 파일은 불법 복제 방지 기술을 우회하거나 무력화한 이른바 크랙 버전으로 공유된다. 게임사가 정품 이용을 전제로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해 실행 파일 등을 변조한 형태다.

국내 게임시장은 온라인·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개별 패키지 게임 불법 복제 문제가 한동안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주요 게임사가 PC·콘솔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과거 패키지 게임 시장을 위축시킨 불법 복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와레즈' 사이트를 중심으로 PC 패키지 게임 불법 복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같은 현상이 패키지 게임 흥행으로 부활하는 양상이다. 제작 기간과 개발비가 큰 패키지 게임은 출시 초기 판매량이 투자비 회수와 후속작 개발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불법 복제가 확산하면 피해가 방대해질 수 있다.
보안 문제도 우려된다. 비공식 경로에서 유통되는 크랙 파일은 실행 프로그램이 임의로 변조된 만큼 악성코드나 랜섬웨어가 포함돼 있어도 이용자가 확인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탈취나 계정 정보 유출, 이용자 PC 보안체계 훼손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게임이용자협회도 관련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협회는 확인된 사이트를 한국저작권보호원 불법복제물 신고와 게임물관리위원회 불법게임물 신고 등을 통해 관계기관에 알리고 사이트 차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지만,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인 침해 행위 등은 예외적으로 고소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이 상업적·상습적 불법 유통에 보다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불법 게임 또는 애플리케이션은 크래킹 과정에서 내려받은 기기의 운영체제 보안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입장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