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갈리는 경제성장…수출은 반도체, 일자리는 고령층 '쏠림'

ICT 수출 751.5억弗 역대 최대…반도체가 80.3%
AI 인프라 수요에 반도체 수출 262.8% 급증
고용 증가 28.8만명 중 60세 이상 20.7만명
29세 이하 5.5만명↓…제조업 청년도 2.1만명 감소
반도체 공정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
반도체 공정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제조업 고용이 개선되고 있지만 성장의 온기는 특정 산업과 연령층에 집중됐다.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의 80% 이상을 반도체가 차지했고,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분의 약 72%는 60세 이상이었다. 반면 29세 이하 청년 가입자는 5만5000명 줄었다.

14일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은 75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5.8%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였던 8월 599억8000만달러를 한 달 만에 갈아치우며 사상 처음 700억달러를 돌파했다. 무역수지도 537억1000만달러 흑자로 처음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ICT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62.1%를 차지했다.

수출 신기록은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이 이끌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62.8% 급증했다. 전체 ICT 수출의 80.3%에 달한다. AI 인프라 수요 확대로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월간 최대 실적을 2개월 연속 경신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540억7000만달러로 358.6%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도 수출을 밀어올렸다. 컴퓨터·주변기기 수출은 71억6000만달러로 393.0% 증가했다. 특히 AI 서버용 수요가 늘면서 SSD 수출은 67억7000만달러로 532.0% 뛰었다.

반면 다른 ICT 업종은 온도차를 보였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스마트폰용 OLED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11.5% 줄었고 통신장비도 2.3% 감소했다. 중소·중견기업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41.4% 늘었지만 디스플레이(-2.4%), 휴대폰(-21.2%), 컴퓨터·주변기기(-7.5%)는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추이. 자료 출처 : 산업통상부
반도체 수출 추이. 자료 출처 : 산업통상부

고용시장에서도 업종별 명암이 갈렸다. 고용노동부의 '9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85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8000명 늘었다. 지난 8월 증가로 돌아선 데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제조업 고용 회복은 반도체와 조선 등이 주도했다. 기타운송장비 가입자가 7500명, 전자·통신은 5900명, 기계장비는 5100명 증가했다. 반면 비금속광물은 3500명, 섬유는 3100명, 화학제품은 2900명, 자동차는 2000명 각각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 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7300명(7.0%) 늘었다. 증가폭은 5월 4400명에서 6월 5000명, 7월 6200명, 8월 6700명, 9월 7300명으로 5개월 연속 확대됐다.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에 따라 반도체 제조기계 등이 포함된 특수목적용 기계 가입자도 3100명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고령층 쏠림이 두드러졌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1593만명으로 1년 전보다 28만8000명 늘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증가분이 20만7000명으로 전체 순증 규모의 71.9%에 달했다. 30대는 8만8000명, 50대는 4만1000명, 40대는 6000명 각각 증가했다.

반면 29세 이하 가입자는 5만5000명 감소했다. 제조업에서 청년 가입자가 2만1000명 줄었고 정보통신업에서도 1만5000명 감소했다. 보건복지업은 1만2000명, 전문과학기술업은 8000명 줄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실적과 고용이 개선됐지만 청년층 고용까지 온기가 확산하지 못한 셈이다.

조원식 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반도체 고용 증가에 대해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제조를 중심으로 가입자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 증가에 따라 반도체 제조기계가 포함된 특수목적용 기계에서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 감소에는 인구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조 과장은 “29세 이하 청년 가입자는 5만5000명 감소했으나 감소폭은 축소되고 있다”며 “29세 이하 인구가 14만4000명 감소한 영향을 받는 가운데 제조업, 정보통신, 보건복지, 전문과학기술업 등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고용 개선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영향도 컸다. 고용허가제(E-9·H-2) 외국인 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1만2000명 증가했고 이들의 90.1%가 제조업에 집중됐다. 제조업 전체 가입자는 8000명 늘었지만 고용허가제 외국인을 제외하면 4000명 감소했다. 다만 감소폭은 6월 2만1000명에서 9월 4000명까지 축소됐다.

제조업 연령별 가입자수 증감(천명).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제조업 연령별 가입자수 증감(천명).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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