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과 교통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첨단 모빌리티 기술이 강릉에 집결했다. 19일 개막한 '2026 강릉 지능형교통체계(ITS) 세계총회'에서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교통관제, 차세대 통신기술 등 미래 교통의 현주소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개회식이 열린 강릉컨벤션센터는 각국 정부와 기업, 학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대형 북 공연으로 막을 올린 행사에서는 해외 주요 인사들의 축사와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지능형교통체계는 이동수단에 덧붙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만드는 근본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탈탄소화와 디지털화, 자동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기술 혁신과 제도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발 오즈 미국 교통부 연구·기술 담당 차관보는 “교통안전과 효율성, 데이터와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은 어느 한 나라만의 과제가 아니다”라며 “공동의 목표에는 공동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표 퀄컴코리아 사장도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만으로는 사각지대의 위험까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차량과 보행자, 도로 인프라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회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컨벤션센터 4층 옥상정원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 내부 4개 구역에는 국내외 108개 기관·기업이 마련한 428개 부스가 들어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토요타 등 완성차 업체부터 통신반도체 기업, 해외 ITS 기관까지 참여해 신기술을 선보였다.
야외 행사장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올림픽파크 순환구간을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실제 주행 환경을 경험할 수 있으며, 스마트 주차와 라이다(LiDAR) 기반 도로관제, 차량·도로 간 통신 등 다양한 교통안전 기술도 시연됐다.

강릉의 일반 도로 역시 ITS 실증 현장이다. 시는 359개 교차로의 실시간 신호정보를 카카오내비·티맵·네이버지도·현대차 내비게이션 등 4개 플랫폼과 연계했다. 운전자가 신호 잔여시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강릉시 ITS 구축사업 분석 결과 스마트 교차로 운영 이후 평균 통행속도는 6.2% 높아졌고 신호 지체시간은 14.5% 감소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적용 구간에서는 소방차·구급차 이동시간이 13분에서 5분으로 단축됐다. 스마트 횡단보도 운영에 따른 무단횡단 건수도 90.6% 줄었다.
2010년 부산 대회 이후 16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이동을 넘어 하나되는 세계'를 주제로 논문 449편이 선정됐으며, 193개 학술세션에서 AI와 자율주행, 스마트 교통 인프라 등을 다룬다.
유정훈 2026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원장(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개회사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도로 인프라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도로와 차세대 교통 서비스를 실제 현장에 구현하며 ITS의 새로운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제 ITS는 교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중심이 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