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이니셔티브] “공동개발보다 공동검증”…AI로 韓中 '탄소데이터' 연결한다

AI·전과정평가 결합해 성능 입증
원데이터·핵심 제어권은 따로 보호
실증→검증→사업화 단계적 확대
탄소데이터 녹색금융 활용도 모색
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2차 토론회가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 : 경쟁을 넘어 기술·공급망·공동시장으로'를 주제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준범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2차 토론회가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 : 경쟁을 넘어 기술·공급망·공동시장으로'를 주제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준범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국과 중국의 기후테크 협력이 '공동개발'보다 '공동검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공지능(AI)과 전과정평가(LCA)로 기술의 성능과 탄소감축 효과를 함께 검증하되 핵심 기술과 원데이터는 보호하는 방식이다.

밍슈 칭화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송재령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2일 '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2차 토론회'에서 'AX 다음은 GX…녹색기술 기반 구축을 위한 한·중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AI와 LCA의 결합이다.

LCA는 원료 확보부터 제조와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기술의 전 생애에 걸친 환경 영향을 평가한다. 녹색기술이 실제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생산·운영 현장의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AI는 이 과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논문과 보고서 등에 흩어진 정보를 찾아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구조화하고 일관성을 점검한 뒤 전문가가 최종 검증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던 LCA 데이터 구축을 효율화할 수 있다.

양국이 같은 평가 방법을 적용하면서 각자의 현지 데이터를 활용하면 동일한 기술이 한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생산·에너지 환경에서 어느 정도의 탄소감축 효과를 내는지도 비교할 수 있다. 배터리와 태양광 등 양국이 모두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 공동 평가와 실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2차 토론회가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 : 경쟁을 넘어 기술·공급망·공동시장으로'를 주제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2차 토론회가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 : 경쟁을 넘어 기술·공급망·공동시장으로'를 주제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다만 실제 한·중 데이터 협력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양국의 전력믹스와 산업공정별 탄소 배출계수, 통계 산정기준이 서로 달라 데이터를 단순 결합하면 오히려 통계 왜곡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산공정 데이터 자체가 기업 영업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원데이터 공유에도 한계가 있다.

오승환 한국환경공단 탄소중립처장은 한·중 정부 간 '탄소 배출계수 상호인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양국의 전력믹스와 공정 배출계수 기준을 표준화하고, 탄소 측정·보고·검증(MRV)에 활용할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구상이다. 정보보안체계를 함께 마련해 국가·기업의 민감정보를 보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관건은 데이터 협력과 기술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종민 한전 전력연구원 에너지환경연구소장은 협력 영역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자원순환, MRV·LCA, 시험·인증·표준화 등은 적극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봤다.

반면 에너지저장장치(ESS) 계통연계와 재생에너지 연계, AI 설비진단 등은 실제 발전소·계통의 원데이터 대신 익명화·가공 데이터와 디지털트윈, 독립 시험환경을 활용하는 제한적 협력을 제안했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원격감시제어시스템(SCADA), 계통운영 핵심 알고리즘과 발전소 핵심 제어로직 등은 협력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 분야로 분류했다.

실제 사업화에서는 공동개발보다 공동검증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최광식 한국수력원자력 기술혁신처장은 “한·중이 처음부터 기술을 공동개발하기보다 실제 설비에서 시험하고 결과를 함께 비교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협력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LCA 같은 연구데이터도 실제 설비의 운전·정비 결과와 연결해야 산업적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최 처장은 국내외 실증으로 성능과 운영 경험을 확보한 기술부터 제3국 사업에 적용하는 '실증→검증→해외사업'의 단계적 모델도 제안했다.

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2차 토론회가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 : 경쟁을 넘어 기술·공급망·공동시장으로'를 주제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한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경제안보 시대 한중 기후테크 협력 전략'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2026 기후테크이니셔티브 2차 토론회가 '한·중 기후테크 협력의 새 길 : 경쟁을 넘어 기술·공급망·공동시장으로'를 주제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한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경제안보 시대 한중 기후테크 협력 전략'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공동검증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금융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은 AI와 LCA를 이용한 탄소 데이터의 작성·검증·추적이 디지털 MRV와 그린워싱 방지에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생원료 인증과 근거추적형 LCA 데이터를 녹색채권이나 성과연동형 채권·여신의 성과측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탄소 데이터가 국경을 넘으면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는 금융상품도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박 본부장은 미·중 갈등 등에 따른 규제 위험을 고려해 탄소 데이터의 국경 이전 위험을 헤지하는 무역보험 형태의 금융상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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