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중요한 시기에 오라클의 경영을 책임지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해온 국내 기업들이 e비즈니스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선진적인 사례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오라클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경험을 공유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6월 1일부로 한국오라클의 모든 경영을 책임지게 된 윤문석 신임사장(59). 그는 7년전 입사 당시 40명 직원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던 초기 오라클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감개무량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현재 오라클은 직원 850명, 매출(5월 31일 종료된 2000회계연도 기준) 1300억원의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SW)업체로 발돋움했다. 또 단순한 데이터베이스(DB)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에서 지금은 e비즈니스 솔루션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기업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윤 사장의 책임도 무거워졌다. 『이전에는 DB기술만 잘 전달하면 됐지만 이제는 기술은 물론 각 산업업종에 대한 비즈니스 노하우와 이를 정보기술(IT)과 접목하는 방법까지 해결해주는 만능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잡아야만 한다』며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경영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등 외부 시장변화만큼이나 오라클 내부에서도 치열한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17년 가까이 (주)대우에서 각종 IT업무를 담당해오다 93년 전임 강병제 사장의 눈에 띄어 한국오라클에 전격 스카우트된 케이스. 윤 사장은 상대방을 아주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외부 사람들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친절하며 화를 내거나 권위적인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남에게 시키기보다는 몸소 직접 실천하는 것도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세미나때 안내 데스크에서 직접 고객을 안내하거나 고객들이 버리고 간 자료를 직접 모으는 것도 곧잘 눈에 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는 전임 강병제 사장과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윤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오라클을 끌고 나갈지, 최고 경영자의 교체로 인해 오라클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강 사장과 비교할 때 윤 사장의 부드러우면서도 주도면밀한 스타일이 「2인자」 자리에서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최고 경영자로서는 이미지가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윤 사장은 반농담으로 『친구들과 가족들은 자신을 「독재자」라고 부르고 있다』며 『성격이나 스타일이 완전히 변할 수는 없지만 2인자 자리에 있을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즉 최고 경영자에 올라선 만큼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신의 소신대로 경영능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윤 사장이 가장 욕심을 내고 싶은 부분은 국내 기업환경을 e비즈니스로 탈바꿈시키는 데 오라클이 최적의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오프라인 기업이 e비즈니스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훨씬 더 많은 시장 기회가 열리는 만큼 오라클의 미래는 e비즈니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현재 e비즈니스를 놓고 수익성, 수익모델을 거론하고 있지만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전하는 시기에 누가 길거리에 다니는 자동차를 보고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겠느냐』며 『지금도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전해가는 격변의 시기인 만큼 조만간 e비즈니스·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인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사전영업, 영업, 기술지원, 컨설팅, 마케팅 등을 각 산업 업종에 최적화된 형태로 일괄 제공할 수 있는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갖춘다는 것이 골자다. 내부 업종별 전문가가 600여명에 이르고 있는 데다 외부 파트너까지 합하면 인력자원은 웬만한 기업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윤 사장의 자체적인 평가다.
윤 사장이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원들을 위한 사기 진작 프로그램.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 작업도 그 일환이다. 외국계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 다시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과 직원들에게 오라클의 한국지사가 아닌 국내기업인 한국오라클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당초 올 3·4분기 정도에 IPO를 실시하려 했으나 현재 주식시장 상황이 안좋아 보류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본사 승인은 이미 떨어진 만큼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IMF 당시 일부 직원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직원은 그대로 두고 임금인상을 동결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때 후자를 택해준 직원들에게 아직도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어려울 때 묵묵히 따라준 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89년 설립된 한국오라클의 지난 10년이 강 사장의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에 의해 일궈진 것이라면 이제 오라클의 향후 10년, 21세기는 윤 사장의 어깨에 달려 있다. 덕장의 풍모를 갖춘 윤 사장이 어떤 모습으로 오라클을 이끌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주요 약력>
51년 충남 아산 출생. 70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업. 74년 서울대 공과대학 응용물리학과 졸업. 77∼93년 (주)대우 근무. 93년 한국오라클 입사. 99년 한국오라클 영업본부 총괄 부사장. 2000년 6월 1일 한국오라클 대표이사 사장 취임. 취미-음악감상. 가족관계-부인과 슬하에 딸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