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적인 의료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ICT 기술의 활용과 이를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시장의 재조명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계의 빠른 호응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산업과 ICT가 융합되는 경우 통상 ICT 기술로 무장한 엔지니어들이 먼저 움직이고 융합의 주도권을 쥐었으나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오히려 ICT 기술까지 겸비한 현직 의사들이 경영과 창업의 전면에 나서면서 그 융합의 속도와 시너지의 강도가 배가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ICT의 세계적인 역량을 보유한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개원 초기부터 디지털 병원을 목표로 과감한 투자와 신기술 도입으로 국내 의료ICT 혁신을 이끌어 왔다. '의료ICT=분당서울대병원'이라는 등식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황희 최고정보책임자(CIO/소아청소년과)다. '류지영이 만난 사람'은 황희 CIO를 만나 코로나19 이후 의료ICT의 환경 변화와 다가올 뉴노멀에 대해 들어보았다.
- 코로나-19로 아직도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의료인으로서 얻은 교훈과 통찰은 무엇인가?
아무리 현대 의료가 많은 진보를 이루고 있다 해도 여전히 질병 극복 및 일반 대중의 보건 안녕을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인간 유전체전체를 해독한지 20여 년 이 다 되어 가고, 지금은 유전체와 임상정보, 라이프로그 정보의 통합을 전제로 정밀의료를 논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자연 유래의 단 하나 바이러스 질환에 글로벌 전체가 팬데믹에 빠져 고통 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통해 현대 의학의 정확한 상황을 우리가 솔직히 깨닫고 보다 겸허하게 연구 및 진료에 임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단일 질환에 대한 글로벌 각국의 대응이나 그 결과를 보면 보편적 의료 접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지역적 의료자원과 경제적 불평등이 인류 전체의 보건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의료환경은?
우선 사회 전체로는 제한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화두를 던져주었다고 본다. 또한 다가올 위기상황에 대한 평소의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각급 병원을 비롯하여 정부 및 보건 당국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부분적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의료체계의 붕괴 내지는 붕괴 직전의 상황에 몰렸을 때, 비전염성 질환 중 시급을 다투는 질환(예: 심근경색, 뇌졸증 등)과 관리 및 진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또한 의료의 전통적인 가치로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금기 영역이었던 대면 진료의 대원칙에 대해서도 일부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상황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 코로나-19 이후 변화되는 의료와 그에 대응하기 위한 ICT 기술 변화를 전망해달라.
우선 보건 의료의 위기 상황에서 국제적인 공조나 협력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공조나 협력을 위해서는 기반 기술 및 용어, 필수 서식 등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아직 현장에 도입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 IoT 등)의 유용성에 대한 보다 상세한 논의가 일어날 것으로 보며 국가 혹은 지역의 특성과 원칙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전에 비해 비대면 진료 및 관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 코로나-19에 적용된 ICT 및 의료기술 사용의 예가 있다면?
우선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고, 이를 진단 시약 개발로 연결하는데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사용된 바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선별진료소 프로세스나 환자 분류에 모바일 시스템과 더불어 여행력 정보들이 기존의 DUR 시스템과 연동되어 사용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중증환자의 치료에 임상의사 결정시스템을 변경하여 중증도 예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위해 환자 PHR 시스템과 설문 입력 모바일 시스템을 통해 중앙에서 생활치료센터 데이터를 관리한 바 있으며, 당연히 한시적으로 비대면 전화 진료를 위한 ICT 시스템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전망해본다면?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현재의 의료 시스템과 제한된 인력, 경제적 자원으로 이러한 범지구적 위기 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명백해졌고, 향후 이러한 전염성 질환은 또 다른 모습으로 언제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생각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부족한 자원 특히 자원의 불균등한 배분을 고려할 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촉진제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각국에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분당서울대병원=의료ICT'의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항은, 분당서울대병원은 새로운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가져올 서비스의 진화와 가치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빠른 기간 내에 유연성을 가지고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여러 기술을 상황에 알맞게 변경하여 신속히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특히 최근 첨단 기술은 더 이상 병원 혼자만의 힘으로 컨트롤하고 활용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기업 및 대학과의 융합형 연구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병원이 하나의 리빙랩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되, 환자와 의료진의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가치-진료의 수월성, 치료의 질 향상, 병원 자원의 효율적 관리 등-를 입증하는 데도 노력하고자 한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