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9>차이가 편 가르기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9>차이가 편 가르기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누가 우리 편이야?” 어릴 적에 본 영화에서는 늘 좋은 사람이 우리 편이었고, 최후의 승자였다. 흥부전이 그랬고, 거의 모든 영화와 소설이 그랬다. 중·고교 시절 패싸움에서는 내용과 원인은 상관없이 우리 편에 서 있어야 당연한 것으로 배웠다. 특정 사안에 찬반을 논하는 것은 편싸움에서 적대 행위였기 때문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9>차이가 편 가르기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사와 간호사 편 가르기를 조장한다는 비난 때문이다. 직접 작성했든 비서관이 대신했든 대통령 이름으로 국민에게 전달된 이상 구설에 오른 것은 당연하다. 국가 지도자가 설마 국민을 편으로 가릴 리 없겠지만 오늘의 세태가 워낙 '내 편과 네 편'을 따지는 형국이어서 파장이 크다. 심지어 빈부격차, 세대격차 등 단순한 차이마저도 편으로 오인돼 사회 분열로 번질까 우려된다.

'차이와 편'은 다르다. 진보와 보수는 이념 차이, 영남과 호남은 지역 차이다. 차이를 악용해서 내 편을 모으는 정치인과 권력이 있기 때문에 편으로 변질될 뿐이다. 국회마저도 당론이라는 구실로 개인의 의견이 드러나지 않는 건 패거리 문화가 종식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제 편을 버리고 이성으로 특정 사안의 찬반을 논해야 한다. 생활고에 극단을 택해야 하는 노래방 주인의 아픔을 보면서도 패싸움을 하는 정치인은 함량 미달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9>차이가 편 가르기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편 나누기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근절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모든 결정을 데이터와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이나 관계에 앞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결과를 산출함으로써 특정 사안에 대한 공평한 판단이 가능하다.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어도 결국 자율자동차는 스스로 판단한 결과에 따라 움직이고, 기업도 시스템에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인사시스템도 작동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더 이상 누구 편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

편 가르기 종식의 또 다른 비결은 신뢰와 이해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언론은 진실을 왜곡하고(서로가 진실이라 주장하지만), 가짜뉴스를 앞세운 SNS에서의 논란은 심각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어 국민은 혼란스럽다. 법에 의존하는 한계를 넘어선 듯하다. 이제는 대중이 나서서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 신뢰 사회가 붕괴하면 경제도 사회도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김질할 때다. 특히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어떤 무리도 발붙일 수 없는 사회 구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내 편이든 네 편이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편 가르기를 예방하는 최선이다. 서로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비난과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젊은 자와 젊지 않은 자, 코로나19 확진자와 비감염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퇴치된 후에도 편 나누기가 초래한 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되면 더욱 큰 불행을 막을 수 없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9>차이가 편 가르기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유신 시절 금지된 노래 가운데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연못 속의 고기 두 마리/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그놈 살이 썩어 들어 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 가/연못 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네'라는 비극 이야기다. 상대와의 공존은 생존 방법이다. 당장의 이익과 감정에 눈이 멀어 편 만들기에 급급하기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짐으로 국가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