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트업 CEO 좌담회]"코로나19는 딥체인지 기회"…언택트에 방점

“코로나19는 단기 변수가 아니다. 딥체인지 기회를 잡아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

올해 기업 경영 최대 화두는 단연 '코로나19'다. 예상치 못한 글로벌 단위 변수에 모든 기업이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위기를 혁신 기회로 삼아 '뉴노멀' 시대를 이끄는 스타트업 사례도 나타난다. 시장 판도를 뒤바꿀 혁신적 도전으로 '게임체인저'를 자처한다.

여가 플랫폼 야놀자는 여행 수요 급감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키오스크와 객실관리시스템(PMS) 사업 글로벌 진출로 해법을 찾았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은 오프라인에 있던 모델하우스를 모바일에서 가상현실(VR)과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구현했다.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 당근마켓은 이웃 간 중고거래 문화를 활성화해 '당근하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크라우드펀딩에서는 와디즈가 비대면 기업설명회(IR) 사업 '스타트업 찾기'를, 인공지능(AI) 의료 솔루션 분야에서는 뷰노가 코로나19 대응 솔루션으로 기회를 잡았다.

이들 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가 단기 변수가 아니라 이후 산업 생태계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통한 기업 체질 개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에 집중한다.

전자신문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들 위기 대처 방안과 향후 중장기 전략,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언택트 좌담회를 마련했다. 코로나19와 계속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면과 전화로 접촉해 기사를 재구성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김현준 뷰노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회 : 김승규 전자신문 부장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부장)='코로나19'라는 변수를 각 기업에서 어떻게 대응 및 극복하고 있는가. 컨티전시 플랜(위기 관리 경영 기법)이 마련됐다면 어떤 부분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라이징 스타트업 CEO 좌담회]"코로나19는 딥체인지 기회"…언택트에 방점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코로나19 사태는 세계적인 위기를 가져왔지만 이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하는 기업들도 보게 된다. 한국에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우리가 언택트 기반으로 준비 중이던 사업(키오스크, PMS) 개발이 완료돼 빠르게 시장에 선보였고, 반응이 뜨거웠다. 이 외에 해외여행 사업 대신 국내여행을 안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코로나 이후에 집중할 것과 미룰 것을 구분해 사업을 추진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산업 흐름이 언택트 시대로 가고 있다고 믿고 준비해 왔다. 펜데믹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가속화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 글로벌을 초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클라우드다. 앞으로 이 분야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안성우 직방 대표=모든 기업들이 비상 체제에 돌입했고 사업 전략을 새로 짰다. 직방 역시도 여러 가지 사업 변화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가 잠시 생겨났다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뉴노멀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에 맞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비대면을 통해서 정보를 찾고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비즈니스모델을 개편하는 과정 속에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생겨났을 당시 갑자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생겨나지는 않았다. 물론 엄청난 변화이긴 했지만, 이후 '애니팡'이나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가 탄생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러나 코로나는 다른 것 같다. 모든 기업이 즉각 사업전략을 바꿔야만 했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지금껏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방 내부 운영체제 전환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오프라인 회의들을 과감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원격으로도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장치, 툴을 마련하는데 집중했고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도 주고 있다.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에 유사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인비전(1000명 직원 모두가 원격근무를 하는 기업)이라는 회사는 이미 애초부터 온라인에 맞는 업무 환경을 구축한 곳인데, 처음부터 이런 체계를 갖춘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직방도 온라인 중심으로 가려면 온라인에 맞는 사람을 더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코로나19 확산 초기 당근마켓 서비스 운영에 영향이 있을까 우려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근마켓이 동네 이웃 간 연결과 교류에 기반한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당근마켓 성장 그래프는 더욱 가파르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 쌓인 안 쓰는 물건들을 근처 이웃들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각박한 비대면 현실에서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계속해서 비대면이 강조되다 보니, 지역 커뮤니티 활동도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연결 경험'을 강화하고자 한다. 일례로 당근마켓은 지역 교류 활성화를 위해 관심 주제별로 주민들을 연결하는 '모임' 관련 기능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와 함께하는 일상에서는 지역 구성원이 온라인에서도 함께 결집, 소통, 교류하며 공통의 가치를 누리는 환경 조성이 중요한 과제다.

김현준 뷰노 대표
김현준 뷰노 대표

◇김현준 뷰노 대표=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상황으로 본다. 의료기관들이 비용 지출을 보수적으로 한다는 점은 아무래도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해외 시장을 타깃해 개발된 제품들 해외 영업이 적극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도 또 다른 위기를 낳게 된다. 반면 이러한 위기 상황은 우리 기술과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뷰노가 전 세계 무료 서비스 중인 코로나19 대응 인공지능(AI) 솔루션 2종은 현재 세계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고, 기술 이전 및 총판 등 다양한 요청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의료분야에서 AI 기술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인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매출 기반 확보가 중요해졌다. 우리 제품은 수년간 현장 요구를 반영해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고객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아 고객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최선의 컨티전시 플랜은 역시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어떤 기술이 요구되고 채택될지에 대한 힌트들을 포착하고 있다. 향후 제품 개발 계획에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처음에는 곧 지나갈 이슈로 생각하고 대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변화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측면에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서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크지 않지만, 대면해서 해야 할 일이 어려워진 것은 마찬가지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거시경제 환경도 안 좋아지고, 내부변수도 많아졌다. 일단은 업무 지속성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장에 대한 드라이브보다는 불확실한 요소를 제거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고객사 대부분이 스타트업이라 고객사의 재무 안정성도 중요해졌다.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도 하고 있고, 도와줘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점검해 가고 있다.

◇사회='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업계 큰 화두다. AI, 빅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김현준=뷰노는 AI 기술과 의료 데이터를 토대로 세워진 회사다. 회사 DNA 자체가 AI와 빅데이터에 있다. 의료 분야에서 동 기술을 적용해 연구개발과 사업을 한 지 6년이 되었는데, 언젠가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우리는 태생부터 의료현장의 값진 데이터를 학습해 좀 더 나은 의료시스템으로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해오고 있다. 이런 결과로 국내 최초로 AI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최근 국내 최초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 받기도 했다.

◇이수진=여가 산업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완전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야놀자는 호텔 방문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PMS, RMS, CMS 등 모든 과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까지 단계별로 기술이 적용되는데, 이를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이 '와이플럭스'다.

고객은 신분증 대신 탈중앙화된 신원증명(DID), 자기주권 신원인증(SSI)을 통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체크인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로비에서 대면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 언택트 체크인도 가능하다. 객실에서는 키 없이 휴대폰으로 문을 열고, 음성 인식과 휴대폰을 통해 객실을 컨트롤하는 등 IoT 기술을 통해 자동화를 이룬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서비스 이용 패턴 등을 분석,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전환은 고객 경험을 넘어 산업 체질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안성우=직방은 국내 최초로 부동산 정보를 앱으로 제공한 회사다. 전통적인 부동산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프롭테크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부동산 정보는 대단히 방대하다. 이러한 부분을 잘 활용하고 간추려서 이용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방에는 빅데이터랩과 데이터 분석팀이라는 전문 조직이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서 이용자에게 알맞은 집을 추천해주거나 지역별 매물 실거래가를 분석하거나 분양 물량을 예측하는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

◇신혜성=우리는 디지털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와디즈 플랫폼에는 스타트업이나 창작자 등 기존 신용 이력이 부족한 고객이 주를 이룬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사기위험 방지 시스템이나 부실 예측 모니터링 시스템, 고객의 행동패턴으로 분석하는 신뢰지수를 AI 기반으로 고도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필요할까. 스타트업 업계에 필요한 새로운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재현=인터넷이 없던 20년 전, 스마트폰이 없었던 10년 전과 현재를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오프라인 상거래 활동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지역 사회는 아직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당근마켓은 바로 이 부분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보고자 한다. 구독과 피드, 개인화가 대표적인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AI 머신러닝 기술이 핵심이다. 당근마켓에서도 개인에게 맞춤화된 게시글 추천, 글 분류, 부적합 콘텐츠 필터링, 전문 판매업자 이용제재 등에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안성우=다른 산업에 관심이 많고, 다른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문화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란 원래 있었던 산업이 고도화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산업이 변환하거나 진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본인 전문분야가 아니라도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즉 본인 영역이 '컨버전스'되는 것을 말한다.

직방에서는 기술을 아는 사람들이 부동산업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요즘엔 개발자 채용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직방 서비스를 더 고도화시킬 개발자를 찾고 있다. 직방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특징인데, 본인이 맡은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능력, 많은 서비스와 방대한 데이터를 다를 수 있는 경험을 중요시한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이수진=야놀자는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션을 선보였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야놀자의 일하는 방식인 'Y코드(Y-CODE)'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코드가 있는데, 이 질문에는 '전문가 코드'가 부합할 것 같다. 전문가는 업과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 기존 관행을 넘어 새로운 혁신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확하면서도 신속해야 한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답변 요청이 있을 경우 늦어질 이유가 없고, 회의 등도 짧게 한다. 이미 사전에 고민이 돼 있고 회의에서는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논리적인 의견 제시는 필수다. 이러한 부분들이 잘 어우러졌을 때 나만의 OKR(핵심결과지표)를 세팅할 수 있고, 주어진 R&R(역할과 책임)을 수행해 전문가로서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혜성=디지털이 기반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도 기본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종합적 사고가 중요하다. 빠른 성장 때문에, 3개월 전에 하던 업무를 지금은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할 때가 많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외생변수까지 변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필수적이다. 재택근무 등 환경 변화로 셀프 모티베이션(Self-Motivation), 온라인에서 원활한 협업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 같지만,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이 갖추기 힘든 부분이다.

◇김현준=아무리 훌륭한 AI 기술이라도 사람이 설계한 토대 위에서 혁신적 결과를 낼 수 있다. 튼튼한 기초, 그리고 문제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실제 현장 문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어떻게 학습시켜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공학적 이론을 토대로 다양한 사고를 해낼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 기업에 요구되는 역량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잘 정의하고 이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의 역량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사회=정부가 제2 벤처붐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로 스타트업을 전폭 지원 중이다. 정부 주도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대한 의견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안성우=정부 지원은 전문 벤처캐피털(VC)을 통한 지원과는 다른 점이 있다. 스타트업은 금전적인 부분, 펀딩이 가장 중요하다. 펀딩 유치 과정에서 VC를 통하면 전문 영역을 같이 고민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 풀을 활용해 전문적이고 체계적 상담이 가능하다. 해당 분야 전문 VC들을 만나면 '이런 사업이 잘 되겠다'라는 사업적 이야기를 나누고 펀딩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의 직접 지원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또 정부 정책과 지원받는 사업이 잘 맞는지도 중요하다.

◇신혜성=지원과 규제가 같이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원하는 부처와 규제하는 부처가 나뉘어져 있는데, 균형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같은 제도에 대해 해석하는 것이 다른 것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다. 누가 주도하느냐 보다는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언제나 통증을 겪게 된다. 이에 대해 개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근해 주면 좋겠다. 한 쪽에서는 상주고 한 쪽에서는 벌 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통섭적인 시작이 필요하다.

◇김현준=방향성과 지속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어떤 정책이든 최선을 다해 준비해도 늘 부족함이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처음부터 흠결 없는 정책과 제도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도 새로 내놓는 정책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좀 더 확산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정부도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과감히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더 많이 더 빨리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정부 규제와 관련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전통산업과 충돌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안성우 직방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안성우=사회적 갈등 문제의 의사결정에서 소비자가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권익이다. 변화가 잘 이뤄지려면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결정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자면, 인스타그램에서 본인이 살펴보던 물건을 '제품 보기' 또는 '지금 구매하기' 등의 기능을 통해 바로 구매할 수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SNS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쇼핑까지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존 쇼핑몰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사업을 망친다고 생각해버리면 변화할 수 없다. 오히려 패션 인플루언서들을 발굴하고 잘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고 소비자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여러 분야에서 변화는 분명히 이뤄질 것이다. 그 변화 흐름에서 소비자 가치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면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혜성=기업인이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그보다는 이해관계자 분석이 늘 선행돼야 하겠다. 스타트업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때 1차 고객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분석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생각하고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혁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서는 뜻한 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최근 유니콘을 넘어 엑시콘(엑시트에 성공한 유니콘)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많은 스케일업 기업들도 결국 엑시트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현준=뷰노는 현재 상장 준비 중이다. 유니콘과 엑시콘 개념을 떠나, 기업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달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큰 사회적 선을 이루고도 몇십억, 몇백억 가치에 머물 수도 있다. 회사의 가치를 떠나 우리가 설정한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해결했을 때 다양한 형태의 엑시트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기업의 엑시트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정부에서 엑시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산업적 유인책을 마련해주시는 것도 좋겠다.

◇안성우=엑시트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어떤 일이 되게끔, 성공하게 만드는 중간 단계인 것이다. 엑시콘도 마찬가지로 성공하는 과정 중 하나의 방법이다. 직방은 부동산 산업을 혁신하고자 각 분야 전문가였던 호갱노노나 우주, 네모를 인수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다. 인수를 통해 각 분야 기업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더 내고 부동산 시장을 혁신하고자 한다. 즉 M&A 역시도 과정 중의 하나이고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신혜성=개인의 엑스트라는 관점보다는 스타트업도 국가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국가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이 형성되면 좋겠다. 이것이 해외 자본과 연결될 수밖에 없을 텐데, 그에 대한 기준점은 오히려 정부나 언론이 제시해 주면 좋겠다.

◇이수진=이 부분은 조심스럽다. 우리가 첫 투자를 받았을 때 매출이 200억원을 갓 넘겼다. 구성원들에게 어떤 산업을 주도하고 변화시키는 기업은 매출 1조원을 내는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매출 1조원이 될 때까지 기술력과 확장성을 가지면 넥스트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매출 1조원은 우리 사업계획에 보이는 숫자가 됐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더라도 2년 뒤 매출 1조원 달성 목표는 유효하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놀이터로 만드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한국에서 검색은 네이버, 메신저는 카카오가 완성했듯, 놀이와 여가 플랫폼은 우리가 완성할 것이다.

◇사회=마지막으로 사회나 후배 스타트업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혜성=새로운 시도는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완전했던 제도가 어디 있었나.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는 정말 많이 풍성해졌다. 그러나 창업기업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란 시각은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의 10년은 창업기업의 성장과정을 통해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는 기간이 되길 기대한다.

◇김현준=세상이 매우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AI 기술을 통해 의료현장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전 세계가 AI 기술의 임상적용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위기는 기회일 수 있고, 우리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각자가 갖고 계신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좋은 기회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되기를 응원한다.

◇김재현=마지막으로 자원 재사용과 환경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 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 등 환경에 대한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로 넘쳐나는 쓰레기 문제도 연일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서울시와 환경부가 진행하는 지역 플리마켓 행사 녹색장터가 서울에만 1200곳이 있지만 코로나로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자원 재사용과 환경을 살리는 의미 있는 움직임조차 코로나로 막힌 지금, 당근마켓이 이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쓰는 물건을 이웃과 나누어 재사용하고,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직 쓸 만한 물건을 집에 쌓아 두거나 쉽게 버리지 마시고 이웃들과 나누어 보길 바란다.

정리=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