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산업 지상좌담회]<1>GVC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기술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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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분야 육성-이공계 AI 교육 투트랙 지원 필요
단기 결과 위주 치중 문제...연구자 권한 높여야
기업 세액공제 확대하고 출연연 재편도 절실
부가가치 높이고 민간 전문가 주도 과기 혁신을

2020년 제1차 미래 신산업 지상좌담회가 7일 서울 강남구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이경상 KAIST 교수,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 권오경 공학한림원장,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2020년 제1차 미래 신산업 지상좌담회가 7일 서울 강남구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이경상 KAIST 교수,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 권오경 공학한림원장,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글로벌가치사슬(GVC)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펴며 GVC 변화를 이끌었다. 서서히 움직이던 GVC는 코로나19로 걷잡을 수 없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산업변화까지, 이른바 산업환경 '초변동' 시대에 돌입했다.

미·중 갈등 심화와 일본 수출규제, 신흥국 성장, 지역주의 확산 등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험과 수출환경 변화는 급격한 GVC 변동을 가져왔다. 세계 공장이었던 중국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GVC에 의존하는 기업은 격변을 겪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혁신도 산업과 GVC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지능화·자동화로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제조업에 서비스가 접목되면 새 형태 가치사슬이 생겨난다. 무엇보다도 이런 GVC 변화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자동차, 스마트폰·전자, 석유화학·철강 같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던 주력 산업 변화를 요구한다.

전자신문과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은 GVC가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산업환경 초변동 3대 요인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 고견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환경 초변동 시대에 우리나라 산업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로 'GVC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기술 R&D'를 논의했다. GVC 패러다임 변화, 나아가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산업기술 R&D 역량과 수준을 진단했다. 미래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기술 R&D 방향도 논의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이경상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선임연구본부장

△사회=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신산업 투자관리자(MD)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MD>

◇사회(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신산업 MD)=이미 시작된 GVC 패러다임 변화는 가속화될 수는 있어도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새 산업을 육성하는 등 내부역량을 다져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GVC 패러다임 변화, 나아가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산업기술 R&D 역량과 수준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이경상(KAIST 교수)=산업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국가 경쟁력 수준은 인적자원 역량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 인구가 점점 줄어가면서 출산율이 0.97명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 정도를 나아야 한다. 영국 세계 인구문제 연구소에 의하면 2750년에 한국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된다. 부족한 인적자원을 다 끌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R&D는 10년 후 꽃피운다. 여기에 큰 기회가 있다고 본다. 현재 R&D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비교하는 객관적 지표가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은 우리가 올해 기준으로 23위를 했다. 지난해는 28위를 했다. 재작년은 26위였다. 3단계에서 왔다 갔다 한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국이 우리 앞에 있다. 우리 바로 뒤에 태국, 말레이시아다. R&D가 혁신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혁신성장을 위한 인적자원이란 단순 기능적 인력이 아니다. 미래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AI 분야 인적 역량을 2019년 'Global AI Talent Report'를 기반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AI 인재는 미국, 중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5개국이 전체 AI 인재 7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5개국 가운데 15위이다. 일본 특허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 인공지능 누적 특허는 일본의 20% 수준이고 중국의 15% 수준이다. AI 분야와 같이 미래 핵심 성장 분야의 질 높은 R&D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권오경 공학한림원장
<권오경 공학한림원장>

◇이규복(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선임연구본부장)=우리나라 핵심 전략기술은 미국 76.9% 수준이다. 극히 일부 분야에서만 우리가 강점을 갖췄다. R&D가 쭉 이어져 온 흐름이 있다. 핵심 원천 기술을 갖추려고 노력했는데, 10년 전부터는 빨리 상용화하자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R&D가 이어져 오면서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던 점은 잘 됐다. 일본에 의존하던 부품을 어느 정도 국산화했다.

그간 정부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원천이나 핵심 부분에 대한 지원이 미약했다. 단기 결과 위주로 R&D를 했다. 기술력 자체가 한쪽에 편중되고 전반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은 미약했다. AI 분야도 AI 원천 알고리즘과 AI 응용 분야가 갈리는데, 원천은 장기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현재는 AI를 운용해서 빨리 결과가 나오는 것에만 집중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원천·핵심 분야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이공계에 AI 교육을 기본으로 적용해야 한다. 투트랙 지원이 필요하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김준규(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우리나라 R&D가 규모 면에서 세계 5위 수준이지만 R&D 비율로 보면 4.8%다. 기술 수준은 우리가 굉장히 떨어진다. 독일하고 일본은 물론이고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는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기업 부문에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연구개발 생산성이 취약한데, 정부 R&D 지원에서 대기업을 배제하는 것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현대와 부품사가 협업을 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중소기업을 보면 연구원이 5명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중국 대비 노동집약적 비교우위가 상실돼 요소투입 확대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R&D 투자만이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각 기관 R&D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업의 자율적 R&D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고, 정부 R&D의 경우 연구자 권한과 책임성을 높이고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김영민(LG경제연구원장)=코로나가 적어도 1년 정도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백신이 나와도 예방률이 일반 독감 50~70%이고 치명률은 일반 독감보다 훨씬 높다. 향후 최소 2년간 이 시기가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기술 수준은 올라왔는데 시장수용성, 심리 저항 때문에 안 됐다.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이 높은 수준으로 완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6개월간 주요국 온라인 비중이 대략 10%포인트(P) 이상 높아졌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가기 어렵다. 굉장히 많이 풀린 돈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서비스 기업으로 고착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R&D를 생산이나 공정기술, 소재부품 관점에서 접근했는데 벗어나야 되지 않나.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우리가 쌓아놓은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우리나라 R&D가 정성 평가는 세계 5위, 특허 논문 평가는 4위다. 그런 면에서 4위, 5위는 굉장히 뒤처진 것이다.

◇권오경(한국공학한림원 회장)=우리나라 R&D 예산이 24조원, 산업부만 해도 4조원이 된다. 총 연구 예산 중 기업 비율은 77%다. 국가 R&D와 기업 R&D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R&D 비용이 증가하면 연구원 같은 '퀄리티' 있는 사람이 증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출산율이 워낙 낮아 더 우수한 인재가 아니면 안 된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어' 작전으로 고도 성장했다. 앞으로는 우리가 '퍼스트 무버'로 뛰어야 한다. 중장기적인 면과 단기적인 면으로 나눠야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 연구는 학교나 연구에서 하고, 단기 연구는 기업에서 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목표가 패스트 팔로어는 '레코드(기록)'가 있어 달성하기가 쉽다. 퍼스트 무버로는 굉장히 어려운데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 선정위원장이 총괄 책임을 지고 잘 되면 상을 주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사회=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잘 살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산업기술 R&D 역할과 방향을 설명해 달라.

◇이경상=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파괴될 것으로, 5년 기반 또는 2년 기반 등 정부 R&D 정책도 매년 제로에서 다시 검토하는 애자일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더라도 경제, 사회, 문화적 여파는 오래갈 것이다. 우리가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는 변화와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변화대응 전략이 정부 R&D전략에도 반영돼야 한다. 산업혁명은 근본적인 모든 산업에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부터 바꾼다. 대기업은 완벽한 것만 하려고 한다. 소기업 중심으로 R&D를 하고 대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서로 간 강점을 융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비대면(언택트)'이라고 해서 이번에 가장 주목받은 것이 '쇼피파이'와 '월마트'다. 월마트는 2018년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다. 그때 회사명에서 스토어를 뺐다. 아마존은 온라인이 익일배송을 해야 하니 곳곳에 물류창고를 만들었다. 월마트는 구마다 매장이 있다. 월마트는 2시간 배송 체계를 코로나19 확산 때 선보였다. 신규채용을 20만명이나 했다. 아마존도 10만명을 뽑았다. 과거 스타일에 얽매일 필요 없다.

◇김준규=우리나라 R&D 지원방향을 현금이 아닌 세액공제로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움직일 방향은 기업이 제일 잘 안다. 현기 R&D가 연간 4조원, 매출의 2% 수준이다. 폭스바겐 4분의1 수준이다. R&D 자금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더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지원 안 해준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세액공제를 해준다.

출연연을 개편했으면 한다. 생기연은 95%를 출자금과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로 받는데, 독일 프라운호퍼처럼 30%는 기업에서 직접 받아야 한다. 받은 만큼 정부 R&D 자금을 줘야 한다. 그러면 출연연이 기업하고 협업해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필요한 R&D를 해야 한다.

이경상 KAIST 교수
<이경상 KAIST 교수>

◇이규복=정부가 지난 9월 산업기술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예전에 있었던 90% 성공률 성공해야 한다는 규칙이 다양하게 바뀌었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시장 중심으로 가는 것이 핵심이다. R&D 규제를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나 성공과 실패를 보지 않고 질이 얼마나 좋은지 보는 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대·중소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같이하는 대규모 통합 연구개발이 되고 있다. 이게 잘 되면 우려로 얘기했던 측면이 일부는 해소될 것이다. 혁신방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지가 중요하다.

◇김영민=이제는 소비자 시대다.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면 기술이 의미 없다. 최근 R&D를 보면 소비자 경험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테슬라는 '제로백'을 스포츠카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 R&D를 한다. 자율주행, 다른 어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탁월하게 한다.

지진, 홍수를 잘 예측하는 등 모든 것이 경험 제공자보다 고객이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정부 R&D도 단위 서비스가 아니라 복합 관점 R&D로 바뀌어야 한다. 예전부터 수요기반이라고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디지털 전환이 R&D에 적극적으로 접목되지 않으면 안 된다. R&D가 차별적인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해야 한다. 부처별 칸막이식 R&D가 완전히 혁파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선임연구본부장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선임연구본부장>

◇권오경=지금까지 우리나라 R&D는 관 주도인데 민간 전문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 혁신이 있어야 한다. 미국을 보면 대통령 직속기구에도 과학기술정책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있다. 위원회는 과학기술 전문가가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다.

우리나라는 한림원이 3개 있다. 과학기술한림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학한림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의학한림원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청와대 아래에 3개 한림원을 둬서 자문기구를 써야 한다고 했는데, 예산이 청와대에서 줄 수 없다고 한다.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산하에 국가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있고, CTO 산하에 3개 한림원이 있다. 민간 경험 많은 전문가가 수시로 자문한다. 한림원 회원이 굉장히 경험이 많은데, 그들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이 너무 빠르다. 먼 미래를 두고 시간을 가지고 설계했으면 좋겠다.

정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